광복절, 박물관서 마련한 ‘역사 콘서트’

2018.08.23 20:50 입력 2018.08.24 09:54 수정
조은아 경희대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예술감독

광복절인 15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역사콘서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광복절인 15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역사콘서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박물관의 예술감독으로서 공연기획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어떻게 하면 역사적 맥락을 음악과 연결하느냐에 있다. 국립박물관 산하 최초로 클래식 공연단을 결성했고, 관현악 7중주 편성에 맞춰 역사적 의의를 담은 곡들을 다양하게 발굴하는 것이 그 주요임무이다. 근현대사 박물관답게 삼일절과 광복절 등 국경일을 기념하는 공연도 내실 있게 진행해야 한다.

이번 광복절 역사콘서트는 ‘독립군의 용맹한 기상’을 주제로 삼았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항일운동을 기렸던 지난 삼일절 공연과 맥락을 잇기 위해서였다. 음악으로 일깨울 구체적 역사는 독립운동가 김경천의 삶과 한인 소년병학교의 활동으로 정했다. 4명의 작곡가에게 작·편곡을 위촉하며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던 독립군의 결기와 저항정신을 담아 달라’고 요청했다. 누군가는 음악적으로 도저히 풀리지 않는다며 막판에 포기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각양각색 독립군의 용맹이 현대 음악기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독립군에 몸소 이입할 남성 성악가도 필요했다. 호방하고 당찬 음색으로 음악적 결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현재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 가수로 열정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바리톤을 섭외했다. 세상 바쁜 성악가인데도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긍정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중심을 이루는 곡은 작년에 발간된 <항일음악 330곡집>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음악학자 노동은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항일음악을 집대성하여 펴낸 이 악보집에서 우리는 ‘안중근의 옥중가’와 ‘독립군가’를 선곡했다. 작곡가 성용원은 독창성부와 기악앙상블 두 음향체의 대립을 통해 독립군의 거침없는 기상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광주시향이 즐겨 연주하는 정율성의 ‘연안송’도 우리 편성에 맞춰 새롭게 편곡했다. 광주태생의 작곡가 정율성은 의열단과 조선의용군에 직접 투신했던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스무살 청년은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이주한 후, 항일운동의 거점이었던 연안에 모여든 젊은이들의 패기를 담아 연안송을 작곡한다. 항전의 용기를 부추기며 입에서 입으로 구전된 이 노래는 곧 온 대륙의 사랑을 받는다. 작곡가 정율성은 특히 성악곡에서 강점을 보이며 중국 3대 인민 음악가라 인정받지만, 정작 고국에는 돌아오지 못한 비운의 삶을 살기도 했다.

[세상 속 연습실]광복절, 박물관서 마련한 ‘역사 콘서트’

우리는 이 곡들을 독립운동가 김경천의 삶과 연결 짓는다. 영화 <암살>의 속사포, 조진웅을 떠올리게 하는 김경천은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만주와 연해주에서 활약했다. 그는 다음의 아픈 글귀를 남겼다. “영하 40도의 시베리아 추위에 여름 모자와 홑저고리, 밑 빠진 짚신으로 벌벌 떨어도, 독립군은 한반도를 결박한 철사를 벗긴다. 내 고향 이곳에서 몇천리더냐. 날 기르신 부모는 이런 날 어찌 보리오.”

이렇듯 이번 공연은 광복을 위해 전력투구했던 독립군의 활약을 음악을 통해 일깨웠다. 역사를 공연과 잇고, 공연을 관객과 잇기 위해 앞으로도 음악적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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