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한 “‘얼음 공주’는 나를 모르는 별명···음악적 본능에 충실”

2023.05.30 15:09 입력 2023.05.30 19:54 수정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5년만의 독주회

베토벤 ‘크로이처 소나타’ 등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C)OJ Slaughter. 마스트미디어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 (C)OJ Slaughter. 마스트미디어 제공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44)이 한국에서 5년 만에 독주회를 연다.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한은 냉정하고 엄격한 연주 스타일로 유명해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음정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정밀한 테크닉을 구사한다. 주로 바흐를 비롯한 고전주의 작곡가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은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다. 30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칭찬이라는 걸 알지만, 영어로 번역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예술가도 영어로 ‘얼음 공주’라고 불리는 걸 원하지 않을 거예요. 많은 팬들이 한국어로 그렇게 불러주시는 긍정적인 면에 감사드려요. 하지만 제가 엄격하게 연주한다고 생각한다면 제 연주를 잘 모르는 사람이고, 저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이에요.”

한은 “제가 음악적 본능에 최대한 충실하면 객석의 누군가가 제가 전하려는 바를 알아차리고 서로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무대 위의 모든 연주자와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각자 삶의 이야기를 갖고 있어요. 음악은 아름답든 불편하든 우리가 감정을 경험하도록 도와주죠. 관객이 음악의 여정 끝에 현재의 순간으로 돌아오게 하는 건 연주자와 작곡가의 책임이고, 관객은 일상으로 되돌아가며 감동을 느끼는 것이죠.”

한은 “연주자로서 제 목표는 연결”이라고 말했다. “현역 연주자로서 제 목표는 모든 목소리가 들릴 더 큰 기회를 다음 세대가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사람들이 완전하고 아름다운 자신이 될 수 있는 포용적이고, 공감적이며, 안전한 공간을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줄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하는 움직임의 일원이 되고 싶어요.”

한은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불리지만 이번에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과 10번을 연주한다. 고전주의를 완성하고 낭만주의를 시작한 작곡가인 베토벤을 한이 어떻게 해석할지가 ‘감상 포인트’로 꼽힌다. 두 곡의 피아노 연주는 안드레아스 해플리거가 맡는다.

한은 “해플리거와 저는 매우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갖고 있고, 우린 연주 경력 내내 베토벤의 곡들을 연주해왔다”고 말했다. “두 베토벤 소나타는 서로 아주 달라요. 9번은 더 협주곡 같고 극적인 느낌으로 가득한 반면, 10번은 복잡하고 미묘한 실내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이 두 곡으로 구성한 프로그램 연주는 만족스럽고, 완전하며, 단순한 뭔가가 있어요. 각각은 그 자체로 완벽해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대결하듯 연주되는 작품이라 ‘듀오 소나타’라고 불리기도 한다. 화려한 기교와 강렬한 색채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번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온화하고 섬세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한은 미국 최고 권위의 그래미상을 3차례 수상했다. 17세에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과 3번, 소나타 3번을 담은 데뷔 음반으로 그해 디아파종상을 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 데카, 소니 등에서 20장이 넘는 음반을 남겼다. 현재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의 상주 예술가이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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