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나의 친구 그의 아내’

2008.11.19 17:19
장원수기자

- 욕망이 빚은 삶은 결국 파국으로 -

[영화리뷰]‘나의 친구 그의 아내’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감독 신동일, 제작 프라임 엔터테인먼트)는 친구 사이, 부부 사이, 가족 관계가 어떻게 파괴되고 파국으로 치닫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안고 흐느끼는 외로움과 복원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전한다.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 예준(장현성)과 요리사인 재문(박희순)은 군대 시절에 만난 절친한 친구 사이. 재문의 아내인 미용사 지숙(홍소희)은 두 사이를 질투하면서도 예준의 경제적인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숙은 미용박람회 참가 차 파리로 짧은 여행을 떠나고 아내가 없는 외로움에 재문은 예준을 부른다.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두 사람. 예준은 재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재문은 친구를 위해 죄를 뒤집어쓴다.

[영화리뷰]‘나의 친구 그의 아내’

세 남녀의 치정극을 다뤘다고 보기에는 쉼표와 여백이 많다. 세 명의 주인공이 갖는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며 초반부터 위태롭기만 보이던 세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치유할 수 없는 죄에 괴로워하던 예준은 점점 죄의식을 잃고 욕망과 집착에 빠져든다. 우정을 위해 사랑을 포기했던 재문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선택과 후회에 갈등한다. 진실을 모른 채 세상 끝 절망과 마주친 지숙은 애써 현실을 회피하려 한다.

상처를 안은 세 사람의 관계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서로를 억압한다. 자유롭고 싶어하는 의지와 반대로 구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늪 속을 헤매고 있는 느낌이다. 일상의 욕구는 갈망하는 것을 품으려는 욕망으로 치환되고, 이 욕망은 집착으로 변질돼 영혼을 갉아먹는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세 사람. 이들에게 삶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닌 지옥과도 같은 현실일 뿐이다.

비열함, 무능력함, 이기심, 복수, 애증이 교차하는 인간 본성을 배우들은 거의 완벽하다 할 정도로 뿜어내고 있다. 감독은 배우들에게 감정의 폭발보다는 억누르고 조절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토하는 것보다 더 쉽지 않는 연기 요구를 배우들은 성실히 따라줬고, 이는 큰 여운으로 전해진다.

신동일 감독의 전작 <방문자>가 전쟁, 비정규직, 양심적 병역거부 등 사회문제에 대한 제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인간이 지닌 본성과 욕망에 대해 까발리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이며, 그들에 대해 핑계대며 모른 척 살아온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대한 꾸짖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관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출산장면이나 정사 신은 너무 사실적이라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2006년에 제작돼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응을 받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2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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