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미래를 걷는 소녀’

2009.09.04 16:02 입력 2009.09.04 16:09 수정
경향닷컴 장원수기자

- 감성의 공감대를 불러오기엔 너무 착한 영화 -

[영화리뷰]‘미래를 걷는 소녀’

<미래를 걷는 소녀>(東京少女)는 현재와 과거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두 주인공은 100년의 시공간을 떠나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벽에 좌절한다. 소설가가 꿈이지만 ‘자아가 없는 소설을 쓴다’는 핀잔을 듣는 남자. 가족이 유일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재혼에 충격받은 여자. 두 주인공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 터미널을 통해 자신의 고민과 연정을 드러낸다.

아빠를 여의고 엄마와 단 둘이서 생활하는 미호(카호). 어느 날 엄마가 재혼한다는 말에 도망치듯 뛰쳐나오다 휴대폰을 계단에서 떨어뜨린다. 그리고 그 휴대폰은 우연이지 운명인지 웜홀을 통해 1912년 미야타 토키지로(사노 카즈마)가 줍게 된다. 1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연결된 두 사람. 오직 달이 보일 때만 통화가 가능하지만 둘은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사소한 일상을 공유한다.

[영화리뷰]‘미래를 걷는 소녀’

영화는 두 사람의 순수한 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므로 일어날 수 없는 환타지, 상상력을 배경으로 했지만, 영화 전체에 흐르는 맥(脈)은 남녀의 성장통이자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일순 100년이라는 시공간의 벽은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가로막는다. 울먹이며 고함쳐도, 가지 말라고 애원해도 가혹한 운명의 고리는 멈추지 않고, 감성의 목소리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윤회일 뿐이며, 한순간의 찰나였을 뿐일까. 하지만 영화는 그 짧은 만남에서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고, 그 감성이 전달될 수 있음을 그린다. “시간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에 느껴진다”며.

중국의 철학자 묵자는 “무엇을 하든 그것이 시간과 공간 속에 일으킬 반향을 생각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가 있고 그 사명과 재능을 찾아내야 삶이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혼란스러워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소설가가 되고 싶은 미야타와 엄마의 재혼으로 외톨이가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호. 불확실한 미래와 재능에 대해 불안해하던 두 사람은 휴대폰을 통해 진심을 얘기하게 되고, 인생에서 이뤄야 할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노력은 꿈을 싣고 온다”고 믿으며.

영화는 만남과 연정, 이별이라는 로맨스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보는 이의 감성을 후벼 파는 그 무언가는 부족하다. 애절한 두 사람의 감정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렇다고 큰 울림, 공감대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뭔가를 꼬집어 내기는 어렵지만 시간을 뛰어넘는 운명을 다뤘다고 보기엔 너무나 평온하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밋밋한 이런 감성의 크기는 <동감> <시월애> <시간을 달리는 소녀>보다 약하다. 코나카 카즈야 감독 연출작. 9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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