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기생령’ 잇단 개봉연기

2011.08.04 19:07

완벽 추구일까 납품 지연일까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M 영화사업부문은 3일 오후 영화 「7광구」의 개봉 연기를 고지했다. 개봉이 채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CJ는 “「7광구」를 최고의 영화로 개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에 부득이하게 4일 오전에서 오후 6시로 개봉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순수 토종 기술 100%를 적용해 3D 블록버스터로 제작된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4일 오전부터 오후 6시 사이의 상영분을 예매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환불 사태가 빚어졌다.

해저괴생물체와의 사투를 그린 「7광구」는 「해운대」를 만든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이 제작하고,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등 스타 캐스팅도 한몫했고, 한국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산 괴생명체가 3D로 구현된다는 점이 호기심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공포영화 「기생령」또한 개봉 연기를 알렸다. 「기생령」의 제작사 코어미디어콘텐츠는 “데이터를 필름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굉음이 10분 정도 계속 흘러나와 작업이 중단됐고 작업시간이 48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개봉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3일 유료시사회 일정을 당일에서야 급하게 취소했다.

[문화수첩]‘7광구’ ‘기생령’ 잇단 개봉연기

더 좋은 영화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은 어떤 영화이든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봉일은 관객과의 약속이고, 약속은 지켜져야 의미가 있다. 「7광구」는 지난해 9월 말 촬영을 마쳤다. 11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후반 작업에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지난달 26일 시사회 후 김지훈 감독은 “부족한 부분을 완전히 보완하지 못해 10% 정도 더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3일에도 제작진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7광구>는 당초 7월 중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마쳤으나, 2일 재편집한 「7광구 디렉터스컷」으로 다시 심의신청을 했다. 「기생령」 역시 3일 기존 심의를 폐기하고 새로운 편집본으로 심의를 신청했다.

[문화수첩]‘7광구’ ‘기생령’ 잇단 개봉연기

이 같은 개봉 연기 사태는 ‘완벽주의’라기보다는 ‘납품기일’을 못 맞춘 데서 온 해프닝일 뿐이다. 작업과정에서 굉음이 흘러나오는 사실을 개봉 전날에야 알았다는 건 영화가 잘못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셈이다. 100억원대 제작비를 들인 「7광구」가 며칠도 아닌 몇 시간을 더 들여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이다. 늘 ‘쪽대본’과 ‘초읽기’ 촬영으로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드라마 제작현장의 풍경이 영화로 전염된 느낌이다. 100억원이라는 자본과 수년간의 제작기간 끝에 만든 영화가 몇 시간 더 만진다고 ‘최고의 영화’가 될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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