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4’ 흥행이 난감한 까닭

2011.09.15 19:54

영화평론가들에게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7일 개봉) 같은 영화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당황스러운 것이다. 이전 시리즈의 제작자였던 정태원의 연출 데뷔작인 이 영화는 종종 ‘영화’라 부르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 줄거리는 헐겁고, 연기는 안일하며, 코미디는 식상하다.

영화 만들기의 ‘기본’이 부실해 보일 때도 있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어색하고, 후반부로 접어들면 아예 촬영분량이 모자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래도 <가문의 영광4>는 흥행했다. 추석 극장가를 노리고 개봉한 <푸른 소금> <통증> <챔프>와 비교해 가장 평가가 나빴지만, 이 영화들을 모두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입소문이 좋지 않아 장기 흥행은 쉽지 않겠지만,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인 160만명을 넘어 167만명을 동원했으니 제작사로선 만족스러운 성과다. 제작사는 “5년 만에 나온 ‘가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 전편에 비해 커진 스케일, 옛 멤버와 새 멤버의 코미디 대결” 등을 흥행 비결로 꼽고 있다.

[문화수첩]‘가문의 영광4’ 흥행이 난감한 까닭

그래서 <가문의 영광4>가 ‘좋은 영화’일까. <가문의 영광4>를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 하더라도 이 영화를 ‘좋은 영화’나 ‘인생의 영화’로 꼽기는 힘들 것이다.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각각 ‘좋은 자동차’, ‘좋은 라면’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장 많은 관객이 든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는 예술인 동시에 산업이기에 상업영화는 이득을 남기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가치마저 시장의 평가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론가뿐 아니라 영화인들도 <가문의 영광4>의 흥행에 대해 ‘난감하다’는 기색을 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흥행은 오히려 나날이 축소되고 있는 영화 담론의 공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깨우쳐준다. 대형 배급사의 물량 공세, ‘작은 영화’가 가진 마지막 하나의 스크린까지 빼앗는 멀티플렉스의 정책, ‘재미있다’와 ‘없다’로 간단히 양분되는 관객 평가 속에 무엇이 ‘좋은 영화’인지 이야기할 여유와 터전을 되찾아야 한다. 물론 관객마다 ‘좋은 영화’의 정의는 다르므로, 그 각기 다른 정의를 놓고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평론가 정성일은 “인생을 시시하게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시한 영화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들이 본다고 시시한 영화를 따라 보기엔, 우리의 삶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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