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무원칙 복구… 단청·기와 재시공하라”

2014.05.15 21:14 입력 2014.05.15 22:26 수정

감사원, 문화재 관리실태 감사

접착제 쓴 단청장은 수사 요청

공사 번거롭다며 작은 기와 써

부실한 복구공사로 숭례문 지붕 기와가 전면 교체되고 단청이 재시공될 상황에 처했다. 또 첨성대가 기울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문화재의 보수·정비, 보존·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문화재청 등 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감사원의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가 발표된 15일 문화재청 관계자가 숭례문 2층의 문을 열어 취재기자들에게 작은 크기로 시공된 기와를 보여주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감사원의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 감사 결과가 발표된 15일 문화재청 관계자가 숭례문 2층의 문을 열어 취재기자들에게 작은 크기로 시공된 기와를 보여주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숭례문, 기와 전면 교체해야

단청 벗겨짐 현상(경향신문 2013년 10월8일자 첫 보도)이 드러나면서 촉발된 숭례문 복구공사는 감사원 감사결과 곳곳에서 부실 공사로 확인됐다.

복구공사 완료 한 달 만에 벗겨지기 시작한 단청의 경우 전통단청 시공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단청장의 명성만을 믿고 공사가 진행돼 부실을 낳았다. 단청장은 시공과정에서 아교가 흘러내리고 색이 흐려지자 사용이 금지된 화학접착제와 화학안료를 현장에 몰래 반입,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단청이 벗겨진 원인은 아교와 화학접착제가 덧칠되면서 발생한 장력차이 때문으로 확인됐다”며 “단청장은 값이 싼 화학접착제를 사용해 3억여원의 부당이득까지 챙겨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기와는 화재 전의 기존 기와보다 크기가 작은 것이 시공된 것으로 드러나 전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감사원은 “시공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기존 기와(암키와 49×37㎝, 수키와 44×22㎝)보다 작은 기와(암키와 42×36㎝, 수키와 36×18㎝)를 사용, 교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지반 복원도 일부 재시공이 필요한 상황이며, 철물도 조선시대 철물과 현대 철물을 뒤섞어 사용했다. 감사원은 “복구 공사기간을 5년으로 설정한 뒤 공기를 맞추기 위해 복구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법을 적용하는 등 부실시공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 문화재 보수·관리도 엉망

고증이나 설계 부실로 인해 문화재 원형이 훼손되거나 설계와 다른 시공으로 문화재가 훼손된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서울 흥인지문(동대문)의 옹성 보수공사, 충남 부여 나성 정비공사 등 5건은 고증·설계 부실로 원형이 변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훼손될 우려에 처했다”며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서울 독립문 보존처리 공사,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주변 정비공사의 경우 설계와 다르게 시공이 이뤄졌다.

문화재 보수·정비에 대한 명확한 국비 지원기준이 없어 예산이 정작 문화재 보수보다 주변 화장실 개축, 배수로 정비 등에 사용되거나 국보·보물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적발됐다. 보물 1211호인 ‘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는 곰팡이로 인해 보존처리가 필요했으나 관할 지자체의 지원신청이 없다는 이유로 국고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국가·지방의 34개 목조문화재의 소방시설 설치·관리실태를 표본 점검한 결과 고장난 소방시설을 방치하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주 마곡사 영산전 등(보물 800~802호)은 설치된 방수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예산 수덕사 대웅전(국보 49호)은 방수총이 설치됐으나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양산 통도사 대웅전(국보 290호)도 법정 의무설비인 자동화재 속보 설비를 갖추지 않았다.

해외에서 돌아온 환수문화재를 방치한 경우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10년간 총 62건(4732점)을 환수했으나 55건에 대하여 국가·지방 문화재 등으로 지정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검토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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