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사’ 비난·매도는 ‘사이비 역사의 선동’”···고대사·고고학 24개 단체 입장 발표

2023.05.31 11:14 입력 2023.05.31 23:39 수정

한국고대사·고고학 분야 24개 학회·연구 단체가 <전라도 천년사>를 두고 나온 ‘식민사관 추종 비난’을 비판하는 공동 입장문을 31일 발표했다. 호남과 영남 지역 단체도 참여했다.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문제연구소 등은 이날 낸 ‘사이비 역사의 선동에 대한 역사학계의 입장’에서 “ ‘사이비 역사’를 강변하는 이들은 역사학계에 대한 악의적인 매도와 허황된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 편찬사업을 ‘식민사학’이라 매도하며 좌절시키려 하고 있다. 급기야 이들의 부당한 선동으로 <전라도 천년사>는 발간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 역사학자들이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전라도 천년사>는 홈페이지(www.jeolladohistory.com)에 전 권이 올랐다. 검색 기능도 갖춰 실제 서술  전위를 확인할 수 있다. 화면 갈무리

<전라도 천년사>는 홈페이지(www.jeolladohistory.com)에 전 권이 올랐다. 검색 기능도 갖춰 실제 서술 전위를 확인할 수 있다. 화면 갈무리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식민사관’ ‘식민사학’ 주장을 ‘선동’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역사학계를 공격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전라도 천년사>를 두고 나온 비난 근거는 <일본서기> 활용이다. “일제 식민사관의 일종인 임나일본부설이 <일본서기>에 근거를 두었으므로 <일본서기>의 활용은 곧 임나일본부설을 수용한 것”이라는 논리다.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이는 역사 연구의 기본조차 모르는 극도로 저급하고 허황된 비난” “악의적 매도이며, 학계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일본서기>의 한국고대사 관련 기록은 왜곡된 부분이 많지만, 백제계 사서가 인용되어 한국고대사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사료도 다수 있다”고 했다.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백제가 왜에 파견한 왕인 박사’ ‘백제 성왕이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사실’ ‘무령왕이 섬에서 태어났다는 탄생설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문화전파’ 등을 예로 들었다.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우리 역사학계는 <일본서기>에 대한 엄정한 사료 비판을 통해 임나일본부설 등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한편, 이를 활용해 고대 한·일관계사를 재구축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백제나 가야가 왜에 선진문물을 전수하며 활발하게 교류한 사실과 일본 고대국가의 형성·발전에 끼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고 말했다.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전라도 천년사>가 식민사관, 식민사학이라고 주장한 이들이 앞서 “국립박물관의 가야사 특별전시를 비방하고,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훼방 놓았다”고도 했다. <전라도 천년사> 식민사관 비난을 주도적으로 이끈 이들은 지난해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등재 추진 과정에서도 임나일본부 역사관 등을 주장했다.

24개 학회·연구 단체는 “학계에 대한 공격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정책에 혼란을 조장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들이 이를 통해 어떤 이득을 취하고자 했는지는 그동안의 행태에 명백히 드러나 있다”고 했다.

다음은 24개 학회·연구 단체 입장문 전문이다.

‘사이비 역사’의 선동에 대한 역사학계의 입장
일부 언론·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한 선동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한다

‘사이비 역사’의 선동이 나날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역사학계를 공격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를 호도하고 있다. 주요 국립박물관의 가야사 특별전시를 비방하고,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훼방 놓았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 편찬사업을 ‘식민사학’이라 매도하며 좌절시키려 하고 있다. 급기야 이들의 부당한 선동으로 <전라도천년사>는 발간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 역사학자들이 연구와 교육에만 몰두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들은 역사학계가 ‘식민사학’을 추종한다고 비난하며, 그 근거로 <일본서기>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일제 식민사관의 일종인 임나일본부설이 <일본서기>에 근거를 두었으므로 <일본서기>의 활용은 곧 임나일본부설을 수용한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는 역사 연구의 기본조차 모르는 극도로 저급하고 허황된 비난이다.
󰡔일본서기의 한국고대사 관련 기록은 왜곡된 부분이 많지만, 백제계 사서가 인용되어 한국고대사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사료도 다수 있다. 백제가 왜에 파견한 왕인 박사는 <일본서기>에만 나온다. 백제 성왕이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사실이나 무령왕이 섬에서 태어났다는 탄생설화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서기>에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문화전파를 비롯해 한국고대사와 관련한 중요한 사료가 많이 있다.
이에 우리 역사학계는 <일본서기>에 대한 엄정한 사료 비판을 통해 임나일본부설 등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한편, 이를 활용해 고대 한일 관계사를 재구축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백제나 가야가 왜에 선진문물을 전수하며 활발하게 교류한 사실과 일본 고대국가의 형성과 발전에 끼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규명하였다. 그런 점에서 “<일본서기>를 활용했으니 임나일본부설을 수용했다”는 선동은 악의적 매도이며, 학계에 대한 모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일제 식민사학의 문제점을 의식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시민도 다양한 역사교육을 통해 식민사학의 문제를 상식처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식민사학’을 들먹이며 학계를 매도하고 시민사회를 선동하며 ‘사이비 역사’의 횡포를 부리는 세력이 활개치고 있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학계에 대한 공격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혼란을 조장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들이 이를 통해 어떤 이득을 취하고자 했는지는 그동안의 행태에 명백히 드러나 있다.
우리 역사학계는 이들의 무분별한 선동에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휘말려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상적인 정책 집행이 방해받을까 크게 우려한다. 언론의 발언과 정치인의 활동은 우리 사회에 큰 파급력을 갖고 있는 만큼, ‘사이비 역사’에 휘말리지 말고 역사학계의 학문적 논의를 존중해 주기 바란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학계나 시민사회와 협조하여 각종 정책을 정상적으로 집행하기를 부탁드린다.
이에 우리 역사학계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한다. 언론과 정치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의 경청을 바란다.
하나. ‘사이비 역사’를 강변하는 이들은 역사학계에 대한 악의적인 매도와 허황된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언론은 기계적인 중립에서 벗어나 사안을 냉철히 판단하여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라.
하나. 정치인과 중앙·지방정부는 학계의 성과를 면밀히 살펴 의견을 경청하고, 각종 정책을 정상적으로 집행하라.
하나. 시민사회는 비합리적 주장에 선동되지 말고 ‘사이비 역사’의 실체를 직시해 주기 바란다.

2023년 5월 31일
가야사학회, 고구려발해학회, 고조선단군학회, 대구사학회, 백산학회, 백제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신라사학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회, 영남고고학회, 전북사학회, 중부고고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탐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고대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호남고고학회, 호남사학회, 호서고고학회, 호서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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