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복수...쏘나타 떨게 만든 신형 K5

2019.12.13 13:59 입력 2019.12.16 11:10 수정

신형 K5. 기아차 제공

신형 K5. 기아차 제공

기아차가 새로 선보인 중형세단 ‘K5’ 완전변경 모델을 지난 12일 시승했다.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에 이르는 왕복 170㎞ 구간을 동료 기자와 함께 탔다.

이 기자는 자동차 분야만 10년 가까이 취재한 준 전문기자다. 현재 BMW를 몰고 있으며, 차에 대해서는 아주 깐깐하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는 포르쉐 911로 시속 300㎞로 달린 경험도 있다.

그에게 K5 트집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와, 중형 세단이 이렇게 실내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만들면 그랜저는 살 필요도 없겠어요.”

“아니, 단점을 좀 말해보라고.”

“이야, 풍절음이 거의 없네. (스르륵, 창문을 내려본다). 이거 이중접합유리네. 중형차에….”

“뭐야, 지적질 좀 해보라니까. 자꾸 칭찬만….”

“그러는 김 부장은 뭘 지적하고 싶어요.”

“…….”

말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디자인을 제외하더라도 경쟁차인 현대차 쏘나타보다 두세 수 위다. 쏘나타 센슈어스와 같은 플랫폼에, 거의 동일한 제원에, 같은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했는데도 말이다.

쏘나타가 K5를 위한 베타테스트로 희생된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동안 지적된 쏘나타의 이런저런 단점들을 대부분 없앤 것도 모자라 장점들을 추가한 것이다.

시승차는 1.6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붙는다. 엔진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는 27.0㎏·m가 나오는 모델이다. K5의 초반가속력은 훌륭했다.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에 스트레스가 없다. 발에 힘을 주면 즉답적으로 튀어나간다. 패들시프트도 달려 있어 기어를 운전자가 의지대로 조작하는 맛도 있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사운드 제네러에터가 제법 역동적인 엔진음도 만들어준다.

초기 쏘나타는 외부에서 들여오는 소음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이후 좌우측 앞유리창을 이중접합 유리로 바꿔 바람소리를 잡았다. K5는 쏘나타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레이싱 트랙 등에서 달려보면 시속 140㎞를 넘겨서야 바람소리가 좀 들어오는 수준이다.

계기판은 시속 260㎞까지 표시돼있다. 레이싱 트랙 직선로에서는 어렵지 않게 시속 200㎞를 넘긴다. 하지만 140㎞ 안팎의 고속에서의 가속은 배기량의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3ℓ급 자연흡기나 터보엔진처럼 고속에서 무섭게 속도가 붙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일상 주행에서 누가 200㎞를….

K5의 전자식 변속 장치는 버튼식인 쏘나타와 달리 다이얼 방식을 택했다. 사용해 보니 전후진·중립 선택이 쏘나타 보다 쉽고, 운전자가 성급하게 눌러 발생하는 오작동도 적었다. 콘솔 박스 앞쪽에 위치한 스마트폰 충전 슬롯은 급한 코너링 때도 스마트폰을 전혀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 주었다.

그 기자와 170㎞가량을 운전한 끝에 어렵사리 지적할 거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충격 전달이 제법 심하다. 포장 상태가 고속도로보다 떨어지는 시내 도로를 달려보면 엉덩이가 자주, 제법 심하게 덜썩인다. 탄탄한 서스펜션은 고속주행이나 코너링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단단하고 딱딱하면 승차감이 떨어져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다.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나 소재의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피렐리 피제로(P ZERO)타이어의 트레드가 235㎜로 넓고, 편평율도 45로 낮아서 충격이 그대로 전해질 수도 있다. 아니면 쏘나타에도 공통으로 장착되는 피제로 타이어가 명성과 달리 현대·기아차 전용의 그저그런 제품일까.

K5의 공식 복합연비는 12.9㎞ℓ(19인치 타이어 기준)인데, 동료기자가 몰 때는 14.7㎞/ℓ가 나왔다. 거의 고속도로 구간을 정체없이 달린 끝에 나온 연비다. 기자는 운전 내내 3000~4000rpm을 유지하고, 스포츠 모드로 달리며 최악의 비경제적인 운전을 해봤는데, 11.7㎞가 나왔다. 도심과 고속도로 등에서 일상주행을 하면 11㎞ 이상은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신형 K5. 기아차 제공

신형 K5. 기아차 제공

현대·기아차 홍보실 황모 팀장, 강모·백모 차장의 얼굴이 아른거리지만 사족 몇 가지만 달아야겠다.

워커힐호텔을 나오자마자 기아차가 신형 K5의 특장점이라고 강조한 음성인식 창문 내리기 기능을 테스트해봤다. 음성으로 앞뒤 유리창 4짝을 모두 내릴 수 있는 기능이다.

“창문 내리라.”

이날 발표회에서 K5를 소개한 박한우 기아차 사장처럼 걸쭉한 영남 사투리로 명령해봤다. 안될 것을 예상했지만 예상대로 묵묵부답이다.

“창문 내리라카이.”

사투리를 좀 바꾸고 목소리에 화난 뉘앙스를 추가해봤다. 역시 열리지 않았다. K5는 사투리에 약한 게 분명했다.

“창문 모두 내려줘.”

이번엔 표준말로 부드럽게 명령했다. 앞뒤 창문 4짝이 ‘스르륵’ 내려갔다. 명령어를 정확히, 찬찬히 구사하면 거의 100% 명령을 수행한다. 온도조절도 음성명령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상 운전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차를 타면서 운전 중 창문 4짝을 동시에 내리거나 올릴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창문 반쯤만 내려줘’ ‘창문 5㎝만 올려줘’ ‘왼쪽 뒷유리창 3분의 1만 닫아줘’ 같은 좀더 구체적인 명령도 수행해야 가치가 있다.

음성 명령을 하려면 사전에 운전대 왼쪽 음성인식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 버튼을 누르고 평정심 가득한 목소리로 창문 내려달라고 ‘읍소’할 바엔 차라리 윈도 개폐 스위치를 누르겠다. 목도 안아프고, 원하는 만큼 열리고 닫힌다.

K5 계기판 클러스터. 기아차 제공

K5 계기판 클러스터. 기아차 제공

기아차가 이날 K5를 출시하면서 강조한 게 하나 더 있다.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하는 계기판도 음성 인식 기능과 크게 다를 바 없다. 12.3인치 계기판 클러스터는 날씨(맑음, 흐림, 비, 눈) 와 시간 등 주변환경에 따라 클러스터의 배경 이미지가 자동으로 바뀐다.

비오면 비 내리는 화면, 쨍한 날엔 푸른 하늘과 초원이 배경이 되는 식이다. 기아차는 이 장치가 운전 중 감성적 즐거움을 한 단계 높여준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시승 당일 날씨는 맑았다. 계기판은 이 정보를 반영해 푸른 하늘과 초록색 벌판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초목은 시들은 12월에 왠 초록 벌판….

어찌됐건 이 아름다운 풍광 때문에 주행 속도와 엔진 회전 등 운전자가 수시로 확인해야 할 주요 정보들이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감성적 즐거움은커녕 짜증이 스멀스멀 솟아 올랐다. 곧바로 ‘셋업’ 기능을 이리저리 뒤져 일반 계기판 모드로 바꾸고 말았다.

K5의 음성기능과 계기판 클러스터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한두번 사용해보면 무가치하다고 판단되는 기능을 마치 대단한 특장점인 것처럼 광고하고 부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이보다는 엔진이나 변속기, 서스펜션, 핸들링 같은 자동차 본연의 기능을 개선하고 강조하는 데 좀더 충실하자고 조언하고 싶은 것이다.

독일 경쟁차는 가속페달 좀 밟아보고, 코너링을 약간 빠르게 해보고, 고속주행을 하다 보면 머리를 ‘탁’ 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이래서 독일차 타는구나”란 느낌이 단박에 오는 것이다. 이것저것 잡다한 기능은 부족하지만, 이 따위는 없어도 운전자를 만족시키는 ‘그 무엇’….

이 게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나 성능인지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직원들은 알고 있다. 부디, 제발 부탁하건대 머리를 탁 치게 하는 그 무엇을 K5와 쏘나타에 조속히 이식시켜주시길 바란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