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의 ‘아픈 손가락’…SK온, 이번에도 적자 행진

2024.04.29 15:55 입력 2024.04.29 19:19 수정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SK온 배터리를 장착한 글로벌 전기차들을 미니어처로 구현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이 SK온 배터리를 장착한 글로벌 전기차들을 미니어처로 구현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이 올해 1분기에 3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이로써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분할해 설립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SK온은 연속 적자 행진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은 “판매 물량 감소와 판가 하락에 따라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조395억원 감소한 1조6836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3315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이 지난해 4분기 24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5억원으로 축소됐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AMPC 축소와 관련해 “1분기에 재고 소진 효과로 미국 판매가 예상보다 적었다”며 “2분기부터는 미국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AMPC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4분기 흑자 전환’이라는 기존 목표는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배터리의 ‘아픈 손가락’…SK온, 이번에도 적자 행진

중국 CATL의 독주에 맞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 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SK온은 특히 ‘아픈 손가락’이다. 배터리셀 제조 국내 3사 중에서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인 만큼 의욕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로 덩치를 키워오던 시점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고품질의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셀 제조사들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실물 경기 부진 대응 차원에서 테슬라, 현대차, 벤츠 등은 중소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비율을 늘려가는 추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라 배터리 공급 단가가 내려가면서 수익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LG화학에서 분사해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계획도 타이밍을 놓치면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급기야 그룹 차원에서 SK온의 진로를 포함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재조정키로 하는 등 ‘비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SK온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7조4784억원, 사채·장기차입금은 8조107억원에 이른다. 결손금은 2조733억원 규모다. 최고경영진이 잇달아 공개석상에 나와 밝은 전망을 제시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 자체가 SK온이 처한 위기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은 물류 비용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포드, GM, 스텔란티스와 같은 완성차 업체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등 현지에 동반 진출하는 사례가 많다. SK온은 일단 캐즘 현상의 장기화에 대비해 글로벌 생산설비 증설 시점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비용 절감과 속도 조절 등으로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사업장 중심으로 지난해 말 인력감축과 무급휴직까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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