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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평가 뒤진 ‘롯데’ 선정…중부발전 ‘입김’ 미쳤나

2017.06.13 06:00 입력 2017.06.13 17:03 수정
탐사보도팀 | 강진구·박주연 기자

군산바이오발전소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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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지난달 6000억원대 군산바이오발전소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업계에서는 한국중부발전의 역할을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롯데건설에 유리하게 입찰 심사·평가 방식이 변경됐고, 입찰심사 자체를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중부발전 임원진이 주도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플랜트 사업 경험이 많은 한 인사는 12일 “군산바이오발전소 사업은 형식상 중부발전의 특수목적법인(SPC)이 발주처지만 입찰 진행과 평가는 중부발전이 주도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산바이오에너지는 중부발전이 19%, 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 등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태로 81%를 출자해 설립했지만 회사 경영은 중부발전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이사는 중부발전에서 퇴직한 양경호 사장이 맡고 있고 입찰 평가위원장과 총괄본부장, 5개 부문별 평가팀장은 모두 중부발전에서 파견됐다.

이 과정에서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기술평가 점수가 낮았던 롯데건설이 군산바이오발전소 건설사업 1순위 낙찰예정자로 선정된 데도 중부발전 출신 인사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삼성물산·GS건설·포스코건설 등 4개 업체가 기술입찰서를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롯데건설 수주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목재 등 생물질 연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탄소 배출이 적고 날씨 영향을 적게 받아 선진국에서는 친환경기술로 관심을 모으고 있고 국내에서도 향후 7조원대까지 시장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에너지를 이용한 대형 발전소(100㎿급 2기) 건설은 국내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어 안정적인 기술 확보가 중요했다.

한 입찰업체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가동률과 효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거나 운영비가 변경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비 성능을 높이는 것이 운영기간 전체로 보면 더 경제적”이라며 기술경제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입찰유의서도 기술경제성 평가에 차이를 크게 두고 있었기 때문에 입찰금액이 높더라도 고급사양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입찰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랜트 인력이 삼성물산·GS건설 등 경쟁업체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롯데건설이 지난 2월 경쟁사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3월 군산바이오에너지 양 사장은 업체들이 4월29일 최종기술입찰서를 제출하고 사업자 선정을 불과 1~2주 정도 앞둔 지난달 초 가격경쟁 위주로 평가계수를 변경했다. 양 사장은 “발주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되는 게 유리한데 기술력만으로 1500억원이나 차이가 발생해 ‘이런 엉터리 심사기준이 있느냐’며 실무자들을 야단쳐서 (기술경제성) 평가계수를 고쳤다”고 말했다. 평가계수 변경은 발주처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공사를 총괄하는 최용진 본부장은 “평가계수가 만들어진 지 오래돼 현실성 있게 고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평가계수가 막판에 수정된 이유에 대해 사장과 건설본부장 간에도 서로 엇갈린 답변을 한 것이다. 최 본부장은 평가계수 변경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처음엔 “변경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나중에 “자료를 봐야 알 것 같다”고 하는 등 해명이 오락가락했다.

이처럼 입찰심사 기준이 막판에 기술경제성보다는 사실상 가격경쟁 위주로 변경되면서 결국 롯데건설이 지난달 1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포스코건설·GS건설·삼성물산 등 경쟁사에 비해 400억~500억원 정도 적은 4200억원의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술경제성 평가에서 1500억원 정도 차이가 난 점을 감안하면 당초 기준대로 평가가 이뤄졌을 경우 결과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군산바이오에너지는 개찰도 모든 업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찰금액을 공개하는 방식 대신 개별 업체별로 자신의 점수만 확인하게 하는 방법으로 진행해 ‘깜깜이 입찰’ 논란도 커지고 있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19일과 24일 평가결과 공개를 요구했지만 군산바이오에너지 측은 “평가 내용은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거부했다. 탈락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입찰서류 접수 후 평가방법을 변경하고 개찰 절차를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평가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가계약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며 롯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공공기관이 아닌 중부발전에서 출자한 민간회사(SPC)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입찰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공기업이 SPC 임원들을 선임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등 지배력을 행사해도 지분이 30%에 미치지 않으면 공기업 지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새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에 맞춰 발전회사들이 SPC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SPC가 법률상 민간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경우 공정경쟁에도 저해되고 ‘발전 마피아’들의 자리 보장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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