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네이버의 알고리즘 편집 확대가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2018.05.01 06:00 입력 2018.05.01 06:02 수정

‘뉴스 줄세우기’

[민주주의 위협하는 공룡 포털]③네이버의 알고리즘 편집 확대가 도깨비방망이는 아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일일 순방문자 1000만명이 넘는 네이버는 모바일웹의 메인 화면에 다섯 건의 ‘이 시각 주요 뉴스’를 보여준다. 앱을 시작하면 누구에게나 노출되는 만큼 어떤 사건이 어떤 관점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를 실어 편집되느냐는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기삿거리를 취사선택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배열하는 ‘편집’ 기능임을 감안하면, 네이버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2017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의 포털별 뉴스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66.3%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22.5%였다. ‘포털을 언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과반인 54.2%가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이 제대로 된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사람이 하든 기계가 알고리즘으로 하든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뉴스에 대한 판단을 위해 가중치가 적용되며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 ‘편집’하는 네이버

네이버 ‘중요뉴스’ 편집 과정

알고리즘이 이슈별 묶어내면

6개 영역 인간 편집자가 배열

알고리즘은 ‘최신성’에 가중치

단독기사 나온 지 3시간 이후

‘베낀 기사’ 메인 노출 한계도

뉴스의 가치는 사실상 네이버가 정한다. 아무리 언론사가 공들여 작성한 기사라 하더라도 네이버의 화면 상단에 걸리지 않으면 독자의 관심을 받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네이버의 뉴스 편집 기능에 대한 논란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현재 네이버의 중요 뉴스 편집은 ‘사람’이 결정한다. 매일 들어오는 약 1만8000건의 뉴스를 기계 알고리즘에 따라 1차로 유사한 이슈별로 묶어내면, 인간 편집자가 이를 보고 현재 이슈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네이버는 3~5개 내외의 충실한 유사기사가 생성되면 해당 이슈를 주요하다고 판단한다. 여기에 각 매체의 헤드라인을 함께 확인한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사회·경제·생활·IT 등 6개 영역 담당자가 선임편집자와 논의해 메인에 노출할 기사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메인 노출에 중요한 기준은 기사 내용을 명쾌히 표현한 제목의 적합성, 기사 구성 원칙과 출처의 신뢰성, 최신성이다. 기획기사나 단독기사, 개별기사는 유사기사들로 묶을 수 없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이 직접 고른다. 전체 기사의 30% 정도다. 이렇게 사람이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노출하는 ‘이 시각 주요 뉴스’의 배열 이력은 1분 단위로 공개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네이버의 뉴스 배열에서 가장 큰 가중치가 주어지는 것은 ‘최신성’이다. 3시간·1시간을 기준으로 최신기사에 가중치를 부여한다. 이 때문에 개별매체가 단독을 써도 ‘베낀 기사’에 쓸려나가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일례로 지난 16일 오후 5시29분 경향신문은 “‘미국인’ 조현민,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은 불법”이라는 제목의 단독기사를 온라인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네이버 메인 뉴스에 걸리지 않았고 3시간 정도 이후 작성된 비슷한 내용의 타사 기사 “‘갑질 논란’ 조현민 전무 대기발령…불법 등기임원도 논란”이 메인에 노출됐다. 네이버가 언론사에 ‘베껴쓰기’를 부추기는 꼴이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지식정보 리더는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 이런 방식의 뉴스 편집이 “개별매체의 단독·기획기사가 많이 노출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뉴스의 여러 속성 중 속보성을 강조하다 보니 통신사 뉴스가 거의 절반 가까이 포털을 채운다. 같은 묶음에 속한 기사 중에서도 유사도 평균값이 가장 높은 기사가 대표기사로 상단에 노출된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비교적 빠짐없이 반영하는 통신사 기사들의 유사도 평균값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인터넷 언론 백서>에 따르면 2016년 5월 한 달을 기준으로 네이버 PC 버전 ‘이 시각 주요 뉴스’ 배열 기사 중 통신사(연합뉴스·뉴시스·뉴스1) 기사가 전체의 47%를 차지했다.

기계적 중립성이 강한 통신사 뉴스가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로워 선호되는 측면도 있다. 뉴스 소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통신사 뉴스가 낮시간에도 꾸준히 전송되는 반면 주요 일간지, 방송사의 경우 실시간성 기사가 거의 없다. 그러자 이 틈을 파고든 게 댓글조작이었다. 기사의 가치를 언론의 시각이 아닌 댓글에서 찾다 보니, 이를 조작하려는 세력이 등장한 것이다.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은 “통신사들이 시차 없이 꾸준히 기사를 공급하다 보니 비중이 높아진 걸 부인하기 어렵다”며 “관심사 중심의 추천 구조, 다양성에 대한 소비를 알고리즘 기획 단계에서 강화하면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 최대한 공정성을 추구하더라도 모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네이버는 언론사에서 공급받는 기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배치하고 재범주화하며 재맥락화하고 있다”며 “10대가 좋아하는 뉴스, 남성·여성이 좋아하는 뉴스, 인기 검색어 등 모든 게 클릭을 유도하는 것으로 기사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행위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알고리즘 편집도 ‘편집 논란’

6월부터 인공지능 편집 확대

사람의 영역 20%에서 0%로

소비 패턴 분석해 ‘맞춤형’

“개인별로 보는 기사 달라져”

“편견 강화 ‘확증 편향’ 우려”

네이버는 뉴스 배열의 편향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 배열을 확대하려 한다. 모바일 기준으로 사람이 개입하는 네이버 뉴스 편집 영역은 20% 정도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채널’ 영역을 제외하고는 네이버에서 사람이 직접 기사를 배열하는 방식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매체별 헤드라인 등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기사를 선정하는 ‘AI 헤드라인’ 영역, 인공지능으로 개인의 뉴스 소비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에어스(AiRS) 추천’ 영역, 이용자 ‘구독’ 영역이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반기 내로 에어스로 전환되면 현재의 뉴스 편집 방식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전부 다 자동화된다”며 “개인별로 보는 기사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편집으로의 전면 전환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이 보고 싶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정보만 보여주는 ‘정보 편식’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편식은 다양한 의견과 이슈를 접할 기회를 막아 기존의 입장과 편견을 강화하는 ‘확증편향’으로 이어진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검색 결과가 계속 축적돼 나의 검색 패턴대로 특정 언론이나 카테고리의 기사만 보여주면 확증편향의 문제가 생긴다”며 “물론 정반대의 시각을 노출시킬 수도 있지만 사람이 찾는 게 아니라 기계가 던져주는 서비스라면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맞춤형 추천은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해 민주당 관련 기사를 자주 찾게 되면 자신들의 PC나 스마트기기에 민주당 기사가 많이 뜰 수밖에 없다. 자연히 “네이버는 한국당을 싫어한다” “왜 포털에선 민주당 기사만 실어주냐”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지금도 이런 식의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있다. 알고리즘 추천이 네이버가 의도하지 않은 포털의 편향성 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비슷한 논란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나온다.

포털이 도입하려는 맞춤형 기사 추천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맞춤형이란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과거 성향을 벗어날 수 없고 중요한 이슈가 생겨도 의도적으로 배치하지 않는 한 못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중복기사, 어뷰징 기사를 기계적으로 걸러내고 남은 기사를 사람이 보면서 저널리즘 가치에 맞게 편집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인간이 하든, 인공지능이 하든 편집이라는 기능을 버리지 않는 한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은 해결되기 어렵다. 정보인권연구소의 이은우 변호사는 “포털에서 언론을 하나로 모아서 보여주는 비즈니스를 허용할 것인지, 그런 행위를 하는 포털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언론의 공적 책임의 관점에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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