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오류 왜 금융당국이 제재할 수 없나

2018.06.28 16:01 입력 2018.06.28 19:59 수정

경남은행·KEB하나은행·한국씨티은행 등 일부 은행의 가산금리 조작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해당 금융기관을 제재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섰다. 당초 금융당국은 금리 문제를 정부가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가 소비자 소송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거센 압력을 받자 ‘소비자 법감정’상 이를 무시하고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정치권에서도 “중대범죄”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제재를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부당 부과와 관련해 “은행은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금융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부당 부과와 관련해 “은행은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금융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8일 일부 은행들의 대출금리 부당 부과 사태 관련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번 가산금리 부당부과 사례와 관련해 조치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지난 며칠 사이와는 미묘하게 다른 기류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가계대출 점검회의에서는 “은행은 내규위반 사례의 고의성, 반복성 등을 엄격하게 조사해 필요한 경우 임직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당국의 제재 언급은 없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금리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내부 규정(내규)에 해당하고 내규를 제재할 수 없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거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는 여신 업무와 관련한 내규는 당국이 제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법규 위반이 아닌데 포괄적으로 제재하지 말라고 지적했고 이 규정에서 ‘내규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빠졌다. 이 부분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또다시 지적됐다. 당시 감사원은 “앞으로 명확한 근거나 권한없이 금융기관을 제재하거나 과태료·과징금을 면제 또는 경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위법에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제재하면 안되고 은행법 등 개별적인 행위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사항이었다”며 “감사원은 법적인 차원만 들여다본 건데 소비자 관점에서는 다른 문제인기 때문에 이 간극을 어떻게 매울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은행을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리를 정하는 자체는 자율적이라고 하더라도 금리가 잘못 산정돼 실제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갔다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전날 “은행권 금리 조작 문제는 가격을 공급자가 임의로 조작했다는 점에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중대한 문제이고, 금융소비자들이 복잡한 금리 산정 체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불공정 금융거래에 해당한다”며 “금융감독 당국이 필요한 시정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의무”라고 논평했다. 당국이 나서서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한 셈이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은행의 개별 대출 창구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기관 차원의 제재를 검토하진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담당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대출금리 조작 사태를) 금융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라며 “최 위원장이 대출금리 조작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정리해 해당 은행은 물론 금융감독원에까지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이날 유사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가산금리 산정체계 구축을 위해 은행권 공동으로 ‘대출금리 제도개선 TF’를 구성, 다음달 3일 첫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의에서 제재근거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에 불이익 처분을 하려면 법령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은행법상에는 딱히 이 문제를 걸만한 법 조항을 찾기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최대한 찾아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