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이변에 몽골 땅 65% 사막화…인구 20%는 ‘환경난민’으로

2019.02.22 17:53 입력 2019.02.22 22:48 수정

기후변화 가장 심각한 나라…‘몽골 리포트’

<b>일하다 다친 유목민 출신 “이젠 쓰레기장 나오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b> 지난해 11월22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에 있는 울란촐로트에서 주민들이 쓰레기속에서 금속, 재활용품 등을 골라내고 있다. 울란바토르는 인구 폭증으로 처리 능력을 초과한 쓰레기가 발생하면서 울란촐로트 일대가 거대한 쓰레기 적치장을 이루고 있다. 쓰레기 적치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들이 형성한 쓰레기마을도 생겨났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일하다 다친 유목민 출신 “이젠 쓰레기장 나오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난해 11월22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에 있는 울란촐로트에서 주민들이 쓰레기속에서 금속, 재활용품 등을 골라내고 있다. 울란바토르는 인구 폭증으로 처리 능력을 초과한 쓰레기가 발생하면서 울란촐로트 일대가 거대한 쓰레기 적치장을 이루고 있다. 쓰레기 적치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들이 형성한 쓰레기마을도 생겨났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가뭄 등 영향 가축 떼죽음 빈발
유목민 터전 잃고 도시 빈민화
이산화탄소 발생은 적으면서
기후변화로 환경재앙 큰 피해
한국에서 최악 수준 미세먼지
몽골 겨울철 일상적으로 발생

쓰레기를 가득 담은 트럭이 땅에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가자 행색이 남루한 몽골인들이 몰려들었다. 쇠붙이나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부대자루에 이것저것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담던 한 몽골인은 “울란바토르에 와서 처음엔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몸을 다친 뒤부터 일을 못하게 됐다”며 “이제는 쓰레기장에 나오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2일과 27일 찾아간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울란촐로트의 쓰레기 적치장은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유목민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한 몽골의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현장이었다. 사방이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곳에서 몽골 빈민들은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트럭이 쓰레기를 내려놓으면 하나라도 더 돈 될 만한 쓰레기를 건지려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초원을 누비며 여유롭게 살던 유목민들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했다.

유목민들이 넝마주이로 전락한 이유는 몽골이 지구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기온이 오르고, 눈이 오지 않게 되면서 가축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일이 빈발하게 된 것은 유목민들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겨울에 내려 쌓인 뒤 봄철에 녹아 땅을 적시고, 가축들의 먹이인 식물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눈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 자체가 재앙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현지에서 만난 몽골 전문가들 가운데는 올겨울에도 눈이 안 와서 큰일이라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 예년 같으면 눈이 덮여있어야 할 몽골의 초원과 삼림은 모두 강한 바람에 노출된 상태였고, 어디서나 모래먼지가 날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몽골의 눈은 한국인들에게도 고마운 존재다. 모래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 황사 발생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강설량 감소가 한국 기상청이 꼽는 황사 발원 원인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몽골의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한국인들의 미세먼지 재앙과도 관련이 있다. 울란바토르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그대로 한국에 날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황사가 늘어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다.

특히 2008년 몽골 전역을 덮친 ‘조드’는 다수의 환경난민을 만들어낸 원인이 되었다. 조드란 몽골어로 재앙이라는 뜻인데 기상 이변으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조드는 가뭄으로 가축들이 물을 먹지 못해 일어나는 검은 조드, 눈이 지나치게 많이 와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하얀 조드 등으로 나뉘는데 2008년 몽골을 덮친 하얀 조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돼 있다. 과거의 조드는 국지적으로 발생했지만 이때의 조드는 몽골 대부분 지역을 덮쳤고, 많은 몽골인들이 조드가 곧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몽골 정부와 NGO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이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가축을 모두 잃고 빈민이 된 유목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울란바토르 외곽의 낮은 산지에 게르(몽골의 전통 텐트)촌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몽골 정부는 최근 30년 사이 유목민 60만명이 울란바토르에 도시 빈민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현재 울란바토르 인구는 몽골 전체 인구 310만명의 약 45% 정도인 140만명가량으로 당초 5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도시의 용량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게다가 140만명은 주민등록상의 인구로, 주소를 옮기지 않고 울란바토르에 사는 이들도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인구의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몰려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게르촌에 거주하는 극빈층으로 추정된다. 2017년 현재 게르촌에 거주하는 가구 수를 몽골 정부는 약 22만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기상 이변에 몽골 땅 65% 사막화…인구 20%는 ‘환경난민’으로

울란바토르 주변의 환경난민들은 사실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중앙난방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게르촌의 빈민들이 원탄이나 나무 등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울란바토르에는 사회주의 시절부터 중앙난방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게르촌까지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지 않다. 원탄은 채굴 뒤 가공하지 않은 석탄으로 보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무연탄 등에 비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몽골 환경관광부 채필 대기오염감축 정책담당간사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에서는 연간 590만t의 원탄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원탄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이들이 사용하는 연료이고, 더 어려운 가정에선 각종 쓰레기나 타이어를 태우는 경우도 많다.

몽골 정부는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에서 가정의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 연소가 8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차량이 10%, 화력발전소가 6%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울란바토르가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는 시기는 대체로 11월에서 4월 사이이다. 겨울에만 대기오염이 심하고 5월에서 10월 사이 봄여름가을에는 오염물질 농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의 지형이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풍속이 약해진 것도 대기오염을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겨울철 항공편으로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이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매캐한 공기에 놀라게 된다. 지난 11월 방문했을 당시 외곽의 산지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는 매연이 거대한 띠를 이뤄 도시를 뒤덮은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는 상시적으로 100~200㎍/㎥를 기록했고, 걸핏하면 300~400㎍/㎥의 수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최악이라고 부르는 수치가 몽골에선 겨울철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몽골인들은 선진국들로 인해 일어난 기후변화로 환경난민이 되고, 대기오염까지 심각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몽골은 저개발국인 탓에 과거부터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의 양은 적으면서도 기후변화 정도는 가장 심각한 나라이기도 하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 1000~1500m 이상인 몽골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몽골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쯤 몽골 평균기온은 1940년대에 비해 2.1도가량 상승했고, 최근 몽골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이 폭은 약 2.7도로 커졌다. 유엔은 2100년까지의 지구 전체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몽골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몽골 전체의 76.9%에서 사막화,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은 전 국토의 64.7%,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는 곳은 12.2%이다. 특히 몽골 정부 어윤사나 산림국장에 따르면 국토 전체의 9%를 차지하며 허파 구실을 했던 삼림지대 역시 지난해 현재 7.85% 정도로 급감한 상태다. 이 삼림지역들은 몽골에서는 드문 곡창지대들이 위치한 곳으로 이들 지역이 황폐화, 사막화되는 것은 몽골의 식량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몽골의 주요 삼림지대인 셀렝게의 경우 숲 내부에서 빠르게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황사 발원지가 몽골 남부의 고비 사막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골 전역에서 사막화,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모래먼지가 상층으로 떠올라 모래폭풍이 될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곧 황사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몽골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몽골 정부는 지난해 원탄 사용을 금지하고, 빈민층에게 무연탄을 보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게르촌에 중앙난방을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이브리드차량 등 저탄소 차량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면서 현재 울란바토르 시내를 주행 중인 차량이 대부분 하이브리드차량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한 환경난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기오염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숲을 만들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야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양쪽 모두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몽골의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 주변 선진국들이 조림사업 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막에 숲 가꾸기, 주민들 일자리 만들어 자립 돕고 과실수 재배 수익까지

8개 조림사업장 운영 ‘지속 가능 모델’ 만든 NGO 푸른아시아


몽골과 중국 내몽골 등에 대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황사 방지를 위한 숲 만들기에 나섰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들은 많지 않다. 숲 만들기가 대체로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막화방지를 위해 몽골에 심은 나무들의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2007년부터 몽골에서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NGO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다. 한국에 비해 척박하고, 강수량도 적은 몽골 땅에서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이 나무 심기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주민들 자신이 나무 가꾸기에 나서지 않는 한 현재의 미담 기사 속 나무 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NGO 푸른아시아가 개발한 주민들의 자립과 공동체 회복을 통해 조림사업을 이어가는 모델은 지속가능한 몽골 녹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푸른아시아는 현재 몽골 내 바가노르와 에르덴 등 8개 지역에서 조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순히 나무를 심어주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교육하고, 현지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막화와 기후변화로 기르던 가축을 잃으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유목민들, 사실상 직업이 없는 주민들을 교육시킨 후 일자리를 주면서 자립시키고, 이들이 과실수를 재배하면서 수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푸른아시아와 주민 직원들은 몽골의 특산식물 중 비타민C가 풍부한 열매가 열려 일명 비타민 나무로 불리는 차차르간 재배가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에르덴 지역에 조성된 조림지에는 이렇게 고용된 직원들이 모여사는 마을도 형성돼 있다.

푸른아시아가 2016년부터 주민들과 함께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몽골 투브아이막 아르갈란트솜 역시 숲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을 자립시킴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아이막은 한국으로 치면 광역지자체, 솜은 기초지자체에 해당한다. 아르갈란트솜에 조성 중인 ‘미래를 가꾸는 숲’은 서울시가 2억9000만원을 보조한 곳이다. 아르갈란트솜은 과거 수풀이 무성한 초원이었지만 현재는 녹색보다 황토색이 더 많이 보일 정도로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른바 사막화의 최전선인 것이다. 풀과 물이 줄어들고 목축이 어려워지면서 고향을 등지는 주민들도 점점 늘어나는 상태였다. 솜 전체의 인구가 1718명인데 연간 80~90가구가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혹한으로 많은 가축이 폐사하면서 181명이 떠나기도 했다. 푸른아시아는 이곳에서 주민들 중 극빈 가정이나 여성 가장 등을 위주로 30명을 교육한 뒤 직원으로 채용했다. 아르갈란트솜 기관도 일할 의지가 있는 주민들을 추천하는 등 주민들을 도왔다.

첫해인 2016년에는 20㏊에 2만160그루의 나무를 식재했고 2017년에는 2만그루를 심었다. 방풍림뿐 아니라 유실수도 심고,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오이나 피망, 토마토 등을 키울 수 있는 비닐하우스도 마련한 상태다. 푸른아시아와 주민들은 5년 내에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사업이 시작된 지 만 3년 정도 지났지만 이미 가시적인 사막화방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림사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마을 입구의 집들과 울타리에 쌓이던 모래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조림사업이 시작되기 전 주민들은 마을 밖에서 불어오는 가는 모래가 마을 외곽은 물론 마을 안쪽까지 점점 더 많이 침투해오는 것을 느끼면서 암담해하고 있었다.

푸른아시아의 주민 자립을 통한 조림 모델은 유엔으로부터도 숲 조성 성공과 주민 빈곤 감소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푸른아시아는 이 모델을 통해 2014년 ‘생명의토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상은 유엔이 매년 6월17일인 ‘세계 사막화방지의날’에 기후변화 저지 및 사막화방지 활동을 하는 정부, 민간단체, 개인 등을 선정해 발표하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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