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중간재·반도체’ 비중 높아…중 내수 둔화에도 양호

2021.11.03 14:13 입력 2021.11.03 15:21 수정 이윤주 기자

한국의 대중 수출구조가 중간재와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어 중국 내수가 둔화하더라도 부정적 충격이 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중국의 자급률 제고,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 동남아 이전 등으로 대중 수출이 추세적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지난 7월 이후 월평균 수출액이 135억9000만∼143억9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수출 호조기였던 2018년 수준(평균 135억달러)을 웃돌았다. 헝다그룹 사태, 전력난 등으로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대중 수출이 대체로 정체 국면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중국의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동남아 지역으로 거점을 이전하고, 중국의 자급률이 제고되면서 한국 기업 제품에 대한 수입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대중 수출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급증했으나 이후에는 완만한 증가세를 나타냈다”면서 “2010년 이후 대중 수출 총액은 1400억달러 내외에서 대체로 정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 수출 구조가 품목별로는 반도체, 가공단계별로는 중간재에 집중돼있는 점도 중국 내수의 영향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소비재 등에서 자급률을 높이는 동안 한국 기업이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반도체, 석유화학, 기계류, 철강 등이 대중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특히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5.1%에서 지난해 31.2%로 크게 상승했다. 또 한은은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3.8%에 그치고, 중간재가 80.6%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국내 기업의 고기술 부품을 수입해 이를 수출 및 내수를 위한 최종재·중간재 생산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중수출이 전세계 반도체 수요나 중국의 수출 경기에 따라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특징을 고려한다면 중국 내수가 둔화하더라도 전세계 반도체 수요와 중국 수출의 견조한 흐름이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한은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 단기적으로는 대중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으나 어느 부문에서 성장세가 둔화하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대중 수출이 과거와 같이 추세적으로 확대되면서 우리 수출의 빠른 증가를 견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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