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아워홈의 창업자인 구자학 회장이 별세한 뒤 2세들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상을 치르느라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을 뿐 남매간의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워홈은 현재 경영권은 1남3녀 중 막내인 구지은 부회장이 갖고 있다. 당초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대표 이사에 올라 후계 구도를 갖추는 듯 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경영권을 빼앗겼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보복 운전으로 상대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여동생 미현·명진씨와 구지은 부회장 등 자매들은 힘을 모아 구 전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해임시켰다.
아워홈 지분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첫째딸 미현씨가 19.28%, 둘째딸 명진씨가 19.6%, 셋째딸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 왜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 구매 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한때 후계자 1순위로 꼽히기도 했지만 2016년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아워홈에 입사하면서 회사에서 물러났다. 구지은 부회장은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구 전 부회장의 해임안이 통과되자 아워홈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4월에는 장녀 구미현씨까지 지분을 동반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분매각 자문을 맡은 라데팡스파트너스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의 정상 경영과 가족화목을 우선해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로 했다”면서 “구미현씨도 지분을 동반 매각하기로 결정한 만큼 총 지분 58.62%(1조원대)를 매수할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안팎에서는 구 전 부회장의 지분매각이 현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을 흔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최근 이사회 재선임을 안건으로 아워홈측에 임시 주주총회를 요청하면서 경영에 복귀하려고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라데팡스 측은 “구 전 부회장은 지분매각과 함께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날 방침”이라면서 “임시주총은 지분 매각과정에서 회사측의 협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요구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워홈 측은 “구 전 부회장의 임시 주총 요구는 명분없는 경영 복귀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장남과 막내딸의 경영권 분쟁 속에 장녀 구미현씨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구미현씨는 오빠(구본성 전 부회장)와 함께 동반 지분매각에 나서고는 있지만 임시주총은 소집한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아워홈 측은 “구미현씨가 ‘주주총회 소집 허가신청을 한 사실이 없고, 추가로 선임될 이사를 지정한 적도 없다’는 내용 증명을 회사로 보내왔다”고 밝혔다.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 관계자는 “구미현씨는 아워홈 지분 매각 위임 계약을 철회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합해보면 구미현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지분을 동반 매각하겠다는 뜻은 여전하지만 오빠와 함께 새이사 선임과 관련한 임시주총은 요청한 적이 없다는 얘기다.
구미현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지분을 동반 매각해 아워홈을 새 주인에게 넘길 수도 있다. 반대로 자신의 보유 지분 20.02%를 단독 매각해 현 구지은 부회장의 백기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라데팡스는 아워홈의 새 주인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라데팡스 관계자는 “법원에도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낸 만큼 사측의 반대와 상관없이 조만간 실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면서 “6~7월말까지 실사를 거쳐 8월말 예비입찰을 마치면 9월안에는 최종 매수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개최된 이사회에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적합한 절차를 통한 지분 매각에 적극 협조하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워홈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조7408억원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사업인 단체급식과 식자재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2020년보다 매출이 7.1% 늘었다. 영업이익은 25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기사 바로가기:‘산업화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