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 프로’에 소니 ‘올레도스’ 눈길...LG, 삼성 MR 디스플레이는

2023.06.15 16:46 입력 2023.06.15 17:11 수정

애플 비전 프로. 안쪽에 우표 크기의 작은 디스플레이 2개가 장착됐다. 애플 제공.

애플 비전 프로. 안쪽에 우표 크기의 작은 디스플레이 2개가 장착됐다. 애플 제공.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모두 구현하는 혼합현실(MR) 기기인 애플의 ‘비전 프로’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제품들보다 덜 어지러우면서 몰입감이 높아서다. MR 기기가 디스플레이 분야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업체들의 기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호평받는 비전 프로의 비결은 눈 가까이에 4K 수준의 초고화질 화면을 띄워주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비전 프로는 안쪽에 우표 크기 정도 되는 작은 디스플레이 2개를 장착했다. 4K급 OLED 대형 TV를 제작할 때도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아주 작은 크기의 4K OLED를 만드는 일도 기술 장벽이 높다.

TV나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는 유리 기판 위에 OLED 소자를 입힌다. 반면 비전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 소자를 증착해 만들었다. 그래서 이름도 올레도스(OLED On Silicon). 실리콘 위에 올라간 OLED라는 뜻이다.

15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올레도스의 선두주자는 일본의 소니로,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이미지센서와 렌즈, 플레이스테이션 VR기기 등을 만드는 소니는 2011년 올레도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래 관련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비전 프로에 들어간 소니의 올레도스는 1인치당 3000개 이상의 픽셀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14 프로맥스가 460개, 갤럭시S23울트라가 500개인 것과 비교하면 픽셀의 밀도가 수 배에 달한다.

덕분에 착용하면 픽셀 경계선이 보이지 않아 피로감이 적고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해 가볍기까지 하다. 이전까지 VR·AR기기에는 유리 기판 OLED나 이보다 저렴한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디스플레이가 들어갔지만, 최근 올레도스 기술이 향상되면서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한 0.42인치 크기 올레도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개한 0.42인치 크기 올레도스. LG디스플레이 제공.

이미 LG디스플레이는 소니의 올레도스와 같은 방식(W-OLED)의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실리콘웨이퍼 기판 위에 흰색 빛을 내는 OLED 층을 올리고, 적(R)·녹(G)·청(B) 컬러필터를 씌워 화면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에서 손톱 크기보다 작은 0.42인치 크기의 올레도스를 공개했다. 픽셀의 밀도는 3500PPI(1인치 당 픽셀 수), 밝기는 7000nit(니트)에 이른다. 반도체 공장이 없는 LG디스플레이는 기판이 되는 실리콘 웨이퍼 제작을 SK하이닉스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W-OLED 방식의 올레도스 개발과 함께, 컬러 필터가 없는 새로운 방식(RGB OLED)의 올레도스를 개발 중이다. 지난 5월에는 OLED 소자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입히는 패터닝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업체인 이매진(eMagin)을 2억1800만 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모회사인 삼성전자도 구글·퀄컴 등과 함께 MR기기를 개발 중이다. 이 기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애플의 MR기기에 LG디스플레이나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가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이 부품 공급처를 한 곳으로 몰지 않는 데다 ,소니의 올레도스 공급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스테이션 VR 기기를 만드는 경쟁사 소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애플로서도 피하고 싶은 일”이라고 말했다.

BOE, 씨야 같은 중국 업체들도 양산에 나서는 등 올레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부담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중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양준영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은 전날 서울 강남에서 열린 ‘미래 디스플레이 민·관 협의체 출범식’에서 “올레도스 기술에서는 (중국이) 확실하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시장을 중국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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