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실업경험이 아직도 소비 부진에 영향 미쳐”

2024.04.30 14:18 입력 2024.04.30 15:20 수정

지난 2월 서울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쇼핑백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2월 서울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쇼핑백을 들고 지나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겪은 실업 경험 때문에 한국인들의 씀씀이가 줄어 소비가 예전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실업 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과거 실업 경험이 가계 소비에 유의미하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실업 경험이란 개인의 실제 실업 상태는 물론 국가 전체적으로 실업률이 치솟는 경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은은 1996∼2021년 한국노동패널·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가계소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떨어진 뒤 지금까지 이전 증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971년부터 1997년까지 실질가계소비의 연평균 증가율은 20.3%였으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998년~2008년까지 7.1%로 내려왔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충격 이후 2009년~2021년까지 연평균 3.5% 증가율을 보였다.

외환위기와 같은 실업 경험은 대체로 장기적인 저축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를 잃으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총소득이나 총자산이 적은 가구에서 소비 감소가 뚜렷했다. 총자산이 최상위인 가구에선 실업을 경험해도 소비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

소비를 내구재(자동차·가구 등 장기간 쓸 수 있는 재화)와 비내구재로 나눠 볼 때, 비내구재 소비가 크게 둔화됐다. 비내구재 중에서도 외식, 의류, 여행, 여가, 취미생활 등 선택재 중심으로 소비가 줄었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대규모 실업을 경험하는 충격으로 가계 소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흔 소비(scarred consumption)’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며 “기존 연구는 단기적 시각에서만 소비 부진을 연구했는데 이번에는 외환위기 이후 실업경험이 장기적인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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