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국내 서학개미는 일단 투자 불가

2024.01.11 17:27 입력 2024.01.11 18:37 수정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시원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2024.01.11. 조태형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시원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2024.01.11. 조태형 기자

비트코인 현물 ETF가 10년 만에 제도권 자본시장의 벽을 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당장 다음날부터 11종의 비트코인 현물 ETF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미국의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기관 투자자의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는 11일 밤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되는데, 금융당국은 서학 개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것을 일단 금지하기로 했다.

10년 걸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것은 10년 만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2013년부터 꾸준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SEC에 요청했지만, SEC는 ‘가격 조작 위험’ 등의 이유로 승인을 거부해왔다.

반면, 비트코인 선물 ETF ‘프로셰어스 비트코인 전략 ETF’는 2021년 SEC의 승인을 받았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물 ETF와 달리 비트코인을 펀드에 실제로 담지 않아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10년간 고배를 마신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것은 그레이스케일이 지난해 8월 미국 SEC를 상대로 승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했으면서 현물 ETF 승인하지 않는 것은 공정한 행정절차가 아니”라며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그레이스케일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SEC에 “그레이스케일이 신청한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여부를 재심사할 것”을 요구했고, 판결을 계기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심사를 신청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기다린 이유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기다린 것은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때문이다. 미국은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가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회계 규제 등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관 투자자가 복잡한 문제들을 우회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수단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따로 지갑(계좌)를 만들지 않고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은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유입을 늘릴 수 있는 요인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발행사가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수탁 계약맺고 비트코인을 보관한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투자자가 직접 지갑에 보관하는 ‘셀프 커스터디(Self-Custody)’ 방식과 법적으로 동일하지만, 개인 키(Private Key)분실 등 물리적 위험이 존재하는 셀프 커스터디 방식보다 안전하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단점은 투자자가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때와 달리 운용 수수료가 붙는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살 때는 거래 수수료 외에 별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들도 이러한 단점을 염두에 두고 이미 수수료 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 수수료를 0.3%에서 0.25%로 인하했고, 수수료가 가장 높은 그레이스케일도 수수료를 2.0%에서 1.5%까지 낮췄다. 일부 발행사는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초반에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당장 오늘부터 국내 증권사의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통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증권사들에게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중개하지 말라고 공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EC도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미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해서 우리도 덜컥 그럴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파급효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시원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24.01.11. 조태형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시원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다중노출 촬영) 2024.01.11. 조태형 기자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승인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7분(한국시간) 비트코인 24시간 전보다 0.69% 오른 4만6415.68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미 예견된 소식이라는 점에서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비트코인 현물 ETF라는 대형 호재에 대한 기대로 이미 지난해 10월 이후 최근까지 7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 최대 1000억달러(131조원)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에 500~1000억달러가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제프리 켄드릭 SC 전략가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현물 ETF에 우리가 예상한만큼 자금이 유입된다면 비트코인 가격은 2025년 말에는 20만달러에 가까운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캐나다와 유럽에서 이미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고 있었던 만큼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ETF도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현물 ETF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SEC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이더리움은 이날 비트코인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7분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8.03% 오른 2576.00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SEC는 이번 결정은 비트코인에 한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날 SEC의 결정은 비트코인 단 하나에 대한 것”이라며 “SEC가 다른 가상자산 자산증권의 상장 기준을 인정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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