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두려움’은 따로…에버랜드 편법상속 시비 재연

2005.09.29 07:33

삼성 금융계열사 지분정리 방안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삼성의 말못할 ‘속사정’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금융계열사 지분을 팔면 경영권이 흔들린다”는 반대 논리를 펴 왔으나 뚜껑이 열리자 이는 사실과 달랐다. 재계와 시민단체는 “삼성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에 목을 맨 것은 결국 오너일가의 편법 상속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산법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삼성 그룹의 서울 태평로 본사 앞에서 삼성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김대진기자

금산법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삼성 그룹의 서울 태평로 본사 앞에서 삼성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김대진기자

◇가닥잡힌 삼성 처리=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분리대응’ 쪽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금산법 상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생명·카드의 삼성전자·에버랜드 지분 중 삼성에버랜드 부문만 삼성이 자체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 듯하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은 눈감아 주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의 경우 금산법 시행 전에 이미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했다. 따라서 이를 문제삼으면 소급입법 논란이 불거진다.

◇드러나는 삼성의 속내=삼성은 그동안 “금산법이 시행되면 그룹 주력 계열사가 넘어갈 수 있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전혀 사정은 다르다. 금산법에 걸리는 2개 계열사 지분 중 삼성전자는 사실상 지분변동 없이 정리되는 모양새다. 설사 강제로 지분을 정리하더라도 경영권이 위협받느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중 5%를 초과하는 2.2%를 정리하면 삼성 특수관계인 지분은 13.92%에서 11.72%로 낮아진다. 외국인 지분이 60%를 웃도는 상황에서 경영권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삼성측 얘기다.

그러나 이는 2조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이나 출자총액제한 규정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인수하면 해결된다. 삼성측 논리가 지나치게 과대포장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걸림돌은 역시 오너일가=삼성은 겉으로는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얘기하지만 진짜 고민은 삼성에버랜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44.9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그룹 지주회사 격이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94.40%나 돼 문제가 된 삼성카드 초과지분(20.65%)을 매각해도 경영권에는 아무 걱정이 없다. 그룹 지배구조가 무너진다는 삼성측 논리는 애초부터 말이 안되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이 에버랜드를 주목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에버랜드 지분을 팔면 이회장 자녀들의 편법 상속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이회장의 자녀는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7,700원에 샀다. 에버랜드는 액면가가 주당 5,000원으로 돼 있지만 실제 가치는 산정이 어려울 정도다. 시가총액이 1백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계열사가 모두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순환출자구조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최소 20만원만 잡아도 이회장 자녀들이 그동안 걷어들인 시세차익이 2천5백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도 이재용 상무의 편법 상속시비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가 다시 표면화되는 것은 삼성으로서도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다. 삼성 관계자는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가격산정이나 인수주체가 누가 되든 다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박문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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