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오르고 신규 인력 채용 ‘선순환’

2017.03.29 20:48 입력 2017.03.29 20:54 수정

노동시간 줄인 기업들 보니

인천 중구 월미도에 있는 목재업체 선창산업은 지난해 노사 합의로 근무제를 개편, 주당 근무시간을 66시간에서 48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근무시간이 너무 길어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던 상태였다. 근무시간 단축은 곧 임금 감소로 이어지지만 회사는 기본급을 올려 기존 임금의 95% 수준을 보장했다. 그리고 직원 70명을 새로 채용했다. 생산성이 10%가량 향상됐다. 회사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시대 변화를 거스르지 말자는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선창산업처럼 애초부터 직원들의 근무 피로도 절감과 능률 향상을 위해 일자리를 나눈 사례도 있지만, 한국 기업의 일자리 나누기는 구조조정 국면에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유한킴벌리와 락앤락이 대표적이다. 유한킴벌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생산공장의 근무제를 3조3교대에서 4조2교대로 바꿨다. 생산량 감소로 인력을 대폭 줄여야 했으나 감원 대신 근무제 개편을 택한 것이다. 락앤락도 2006년 인천공장 폐쇄로 여유인력이 생기자 아산공장 교대조를 증편(2조→3조)해 일자리를 나눴다. 주당 근무시간은 70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었다.

이들 기업은 근무제 개편으로 생겨난 여유시간을 외국어나 인문, 리더십 강좌 등 평생학습 시간으로 활용했다. 임금 감소 문제는 교육시간을 초과근무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해소했다. 학습시간이 늘면서 기업 경쟁력이 향상되고 이는 생산량 증가로 이어져 신규 인력 추가 채용이라는 선순환을 낳았다.

업종 특성상 숙련 노동자의 고용 유지가 절실해 일자리를 나눈 기업도 있다. 철강업체인 고려제강은 2009년 2조2교대를 3조2교대로 개편한 뒤 평균 64시간이던 주당 근무시간이 49시간으로 줄었다. 고려제강의 정년은 60세이지만, 직원들은 61세부터 3년간 촉탁근무를 할 수 있다. 촉탁 기간엔 정년 전과 같은 일을 하면서 정년 직전 임금의 85%를 받는다. 촉탁제가 끝나면 기간제로 전환된다. 사실상 정년이 없어진 셈이다.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은 2013년 근무시간을 단축해 신입사원 59명을 더 채용했다. 교대근무제를 개편하면서 생긴 초과근로수당 재원으로 신규 인력을 뽑은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를 따로 만들지 않고 근무시간을 조정해 고용을 창출한 공공기관은 동서발전이 처음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면서 직원의 만족도를 끌어올렸고 추가 예산 없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의료원, 지하철 자회사 등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모든 투자·출연 기관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일자리 나누기로 경쟁력이 올라간 국내 기업들은 근무제 개편으로 줄어든 초과근로수당의 일부를 교육수당 등으로 보전해주고, 삶의 질이 향상된 직원들은 생산성 증대로 갚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장원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도 직전의 기업뿐만 아니라 건실한 기업,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전 분야에 걸쳐 예방적·선제적 차원에서 일자리를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