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휩쓴 대형태풍,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

2020.09.11 16:22 입력 2020.09.14 09:56 수정

해양과기원 “필리핀 해역 8~9월 수온, 3년간 평균보다 1도 높아”

태풍 ‘마이삭’ 30도 이상 고수온 해역 지나며 강한 태풍으로 발달

기후변화로 바다 온도 상승 가속…태풍 더 자주 강하게 발생 우려

한반도 휩쓴 대형태풍,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 때문

최근 한반도를 휩쓸고 간 대형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은 북태평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지난 수십년간 해수면 온도가 상승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태풍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는 “북태평양 필리핀 해역의 표층 수온이 예년에 비해 1도가량 상승하고, 수심 50m까지 고수온층이 형성된 것이 최근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대형태풍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11일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태풍의 급강화 원리를 밝히기 위한 연구 과정에서 도출됐다. 급강화는 태풍이 24시간 이내에 풍속 30노트(시속 55.56㎞) 이상으로 강해지는 것을 일컫는다.

태풍은 해수면의 열이 대기로 이동하면서 발생한다. 표층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일 때 바다로부터 따뜻한 수증기가 발생하면 대기가 이 수증기의 열을 빼앗아간다. 열을 흡수한 대기는 가벼워져서 위로 상승하는데,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빠져나간 만큼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수평적으로도 대기의 흐름이 생긴다. 이렇게 형성된 강풍과 소용돌이가 고위도로 북상하는 과정에서 수온이 높은 해역을 지나게 되면 대형태풍으로 발달하는 것이다. 대형태풍은 풍속이 초속 15m 이상이며 강풍 반경이 500~800㎞에 이른다.

연구진은 지난달 해양조사선 이사부호를 타고 북서태평양 해역 55개 지점에서 수온과 염분을 조사했다. 해양·기상 센서가 탑재된 파랑글라이더, 표층뜰개와 수심별 수온·염분을 측정하는 부유승강로봇이 투입됐다. 그 결과 필리핀 해역 상층수(수심 50m 이하) 온도가 지난 3년간 8~9월 평균 수온보다 1도가량 높아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재학 책임연구원은 “해수 온도의 1도 상승은 굉장한 변화”라며 “이 같은 온도 상승이 제10호 태풍 ‘하이선’과 같은 강한 태풍 발달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상청도 지난 7일 한반도에 상륙한 ‘하이선’이 북태평양 필리핀해 인근을 지나며 따뜻한 수증기를 만나 세력이 커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제9호 태풍 ‘마이삭’도 한반도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30도 이상의 고수온 해역을 통과하면서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다. 지난 8월 북태평양의 수온 상승이 ‘마이삭’ ‘하이선’ 등 대형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었다는 뜻이다. 불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대형태풍 두 개가 연달아 휩쓸고 지나가면서 남부지방에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도 해수면 온도 상승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는 건 대기 중의 수증기가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상층 고수온 현상이 계속된다면 더 강한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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