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형 산불과 ‘기상 조건’ 비교해보니…울진 산불, 커질 수밖에 없었다

2022.04.08 20:34

삼척·고성·강릉 때보다 습도 낮고

직전 1개월 강수량도 평년의 10%

고온건조한 서풍에 ‘도깨비 바람’

지난달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 당시의 기상상황이 과거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다른 대형 산불 때보다 훨씬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습도와 기록적으로 적은 강수량, 산불 발생 전후 장기간에 걸친 건조한 날씨와 바람 등 여러 요인이 산불을 대형화했다.

기상청은 8일 2만923㏊의 피해를 낸 올해 울진 산불과 과거 동해안에서 발생했던 다른 3개의 대형 산불 당시의 기상 특성을 비교 분석해 발표했다. 과거 산불은 2017년 5월6~9일 발생한 삼척 산불(피해 면적 1017㏊), 2019년 4월4~6일 고성 산불(2872㏊), 2000년 4월7~15일의 강릉 산불(2만3794㏊)이다.

지난달 4일 산불이 난 울진 지역은 불이 나기 일주일 전부터 발생한 당일까지의 평균 실효습도가 31.8%에 불과했다. 이는 과거 고성 산불(43.5%), 삼척 산불(40.8%), 강릉 산불(43%) 때와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건조일수 역시 16일로 과거 산불들과 비교해 가장 길었다.

산림 내 습도와 토양 수분에 영향을 주는 강수량도 매우 적었다. 올해 울진 산불 발생 전 1개월간 누적 강수량은 4.3㎜로 평년의 10.2%에 불과했다. 강릉 산불 때 동 기간 누적 강수량은 15.9㎜(평년 대비 26.5%), 삼척 산불 35.5㎜(50.3%), 고성 산불 44.4㎜(89%)였다. 토양 수분 역시 17.8%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 울진 산불의 대형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바람의 방향과 세기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서풍 계열의 강풍이었다. 이 바람은 봄철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고, 강하게 불어 산불 위험을 높인다. 특히 울진 산불 때는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어 산불 진화를 어렵게 하기도 했다.

지난 30년간의 기상요소를 분석해보면 동해안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산불이 나기 쉬운 특성을 보이고 있다. 동해안 지역의 3~4월 상대습도는 56.9~58.5%로 전국 평균보다 낮고, 겨울철부터 봄철까지 이런 경향이 이어진다. 겨울철(12월~다음해 2월) 건조일수도 28.9일, 봄철(3~5월) 10.4일로 건조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편이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기후변화로 산불 위험이 높아지고,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또 기온을 높이고, 기온이 높아지면 또 상대습도가 낮아지면서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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