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두 번째로 화석연료에 나랏돈 많이 써···“탄소배출 불명예”

2024.04.03 15:13

오일 체인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OCI) 제공.

오일 체인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OCI) 제공.

한국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석연료 사업에 많은 공적금융을 투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위인 캐나다가 더는 공적 금융을 화석연료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곧 세계에서 가장 큰 화석연료 지원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기후환경단체인 ‘오일 체인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 OCI)은 세계 주요 국가의 화석연료 금융 데이터베이스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3일 한국 관련 자료를 선공개했다. 조사 결과 한국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 평균 100억달러(약 13조4850억원)의 공적금융을 화석연료 지원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한국정책금융공사, 한국국제협력단 등 5개 기관의 투자액을 합산한 금액이다.

한국이 투자한 연평균 100억달러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위 투자국은 캐나다로, 한 해 평균 약 110억달러(약 14조8335억원)를 투자했다. 캐나다는 지난 2022년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CETP)’ 이행 계획을 내놓으며 신규 화석연료 공적 금융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해당 지표를 근거로 “이대로라면 한국이 사실상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에 나랏돈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1위 국가로 등극할 예정”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기간 한국의 화석연료 금융 투자액의 84%는 가스에 투입됐다. 혼합 석유·가스가 8%로 뒤를 이었다. 석탄은 6%, 석유는 2%로 나타났다. 전체 투자액의 72%가 화석연료의 운송 및 가공 부문에 투자됐으며, 그중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에 제공됐다.

한국은 2021년 석탄에 공적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화석연료에 투입된 금융 총액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OCI는 “주요 각국이 재생에너지로의 신규 투자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격차를 벌려가는 가운데 한국의 공적 금융은 재생에너지 주도의 에너지 전환에 투자되지 못했고, 석유와 가스를 지원하는 데 흘러갔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청정에너지 금융 비중은 화석연료 금융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로 봐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보고서 저자인 OCI 연구원 클레어 오매닉크는 “전 세계적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공적 금융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한국과 같은 G20 국가들이 기후를 파괴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매년100억 달러씩 투자한다면 이러한 국제적 공적 금융의 노력이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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