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려나온 옥시 ‘반쪽 사과’

2013.11.01 22:29 입력 2013.11.01 22:50 수정
글 박철응 ·사진 박민규 기자

쉐커라파카 대표 국정감사 출석

“베리 베리 소리(매우 매우 죄송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샤시 쉐커라파카 대표가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 나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 사죄했다. 50억원 규모의 피해 지원금도 내놓겠다고 했으나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 중”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 죄송 50억 지원”
폐 손상 여부엔 “법적 판단 지켜봐야”
피해자들 울분 “불매운동 나설 것”

불려나온 옥시 ‘반쪽 사과’

국감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한 남자는 가습기 살균제로 아이와 아내를 잃고 자신을 살인자로 생각한다. 평생 인공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아이도 있다.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질책했다.

쉐커라파카 대표는 “저희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의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하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해당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때는 안전하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피해 사실에 대해서는 법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절차가 오래 걸리는 것은 안타깝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50억원을 출연해서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은 하겠지만 옥시 제품으로 인한 폐 손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중 한 곳인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도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죄송하고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데 협의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피해를 받은 게 명백하다. 생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의 흡입독성은 이미 2003년 호주 정부에서 인정했고 제조업체인 SK케미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물질 안전 정보를 교환하지 않았다면 불법이다”고 말했다. 쉐커라파카 대표는 “SK케미칼로부터 정보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며 “판매 당시는 유해 가능성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고 되풀이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옥시 측이 폐 손상 원인에 대해 살균제 때문이 아니라 곰팡이나 황사 때문일 수 있다고 소송대리인 ‘김앤장’을 통해 변론하고 있다”며 “명백한 궤변이며 소송을 장기화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국감에 참석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울분을 터뜨렸고 옥시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족 모임 대표는 “옥시 본사에 갔다가 2시간 이상 문전박대를 당했고 3년 만에 기업 관계자를 처음 만났다”면서 “슈퍼에서 멀쩡한 물건 샀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이다. 불쌍해서 인도적 차원에서 돕겠다는 태도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불매 운동을 시작해서 옥시 제품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옥시는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 가습기 살균제 423만개를 판매했고 5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이로 인한 피해 신고 건수는 541건이며 사망자는 144명에 이른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