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때 숫자만 끼워맞춘 '온실가스 국외감축' 바로잡을 수 있을까

2018.06.28 16:59

이미지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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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내놓으면서 억지로 끼워맞춘 ‘국외감축’ 목표치를 수정해,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기로 정부가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28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했다. 전 정부의 로드맵에 나와 있는 ‘국외감축량’을 줄이고 국내감축량을 늘린 것이 핵심이다. 기후변화 대응 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은 이전 로드맵보다는 진전됐지만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과 에너지전환 정책’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것 치고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감축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 8억5080만t에서 3억1480만t(37%)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해외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이는 식으로 감축목표의 3분의 1인 9600만t을 국외에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의 대응으로는 안일한데다 국외감축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수정된 로드맵은 감축후 배출량 목표는 5억3600만t으로 그대로 두되, 국외감출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채우게 했다. 그러기 위해 사회 전반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노후시설을 개선한다. 미세먼지저감종합대책에 담긴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폐쇄 조치, 전력수요관리를 강화한 제8차 전력수급 계획을 반영해 감축분을 늘린다. 산업부문에서는 에너지 이용 효율을 끌어올리고 공정개선을 추진한다. 건축물은 신규 허가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의 그린리모델링, 재생에너지 보급을 활성화한다. 2030년까지 전기차를 300만대 보급하고, 자동차 연비기준도 높인다. 선박·항공기 연료효율을 개선하고 폐기물도 줄인다.

그렇게 되면 감축목표 37% 중 32.5%를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4.5%는 여전히 남는다. 정부는 남북협력사업을 통해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내의 산림을 활용해 온실가스 2210만t을 줄이는 방안도 준비한다. 그러고도 달성하지 못하는 감축량은 올 연말 마무리될 국제사회의 후속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래픽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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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감축량 논란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당시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없는 나라였는데도 2020년까지 배출량을 5억4300만t으로 줄이겠다고 해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로 넘어가던 2013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소 12기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으로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만 약 1억t으로 추정됐다.

교토의정서 체제가 끝나고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국이 되자 박근혜 정부는 파리 회의를 앞두고 이전 목표에서 후퇴한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이튿날 새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주도하던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한국이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급히 열렸고, 감축 목표가 갑자기 상향됐다. 그래서 탄생한 궁여지책이 해외배출권을 사들여 1억t 정도를 줄이자는 계획이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1년부터 10년 동안 이 목표에 맞춰 해외배출권을 조달하기 위해 해마다 국민 세금 1조~2조원을 써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적극적인 자체 감축과 함께 발전업계에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 정부의 실효성 없는 계획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고쳐진 로드맵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환경규제계획을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결짓고 남북협력까지 집어넣어 숫자를 맞췄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노력한 의지는 보이지만 실효성은 의심스럽다”면서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농림부 등 범정부적으로 애써야 하는 글로벌 이슈인데 현재로선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정부가 석탄발전소 감축 같은 핵심 방안은 회피하고 또 다시 불확실한 감축수단을 앞세웠다”면서 “기존 로드맵을 약간 손질하는 수준으로는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에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로드맵 수정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듣고 7월 중 수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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