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숲을 만들었고, 희귀 새는 거기서 새끼를 낳았다...‘인공수목원의 힘’

2022.06.21 10:31 입력 2022.06.21 15:27 수정

한밭수목원에서 번식에 성공한 쇠솔딱새. 왼쪽이 어미이고 오른쪽 4마리가 새끼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한밭수목원에서 번식에 성공한 쇠솔딱새. 왼쪽이 어미이고 오른쪽 4마리가 새끼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제공

2001년 이전까지 대전 서구 한밭수목원 자리는 허허벌판이었다.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 그리고 대규모 주택단지(둔산지구)에 둘러싸여 있다. 당시 이곳은 동·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산림청과 대전시가 힘을 모아 여기에 대규모 인공수목원(면적 16만1000㎡)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온갖 나무와 풀을 심었다. 지하철 공사를 위해 파낸 흙을 쌓는 방법으로 수목원 안에 작은 동산을 만들기도 했다. 수목원 조성에는 국비와 시비 등 101억5000만원이 들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인공수목원은 이렇게 태어났다. 2004년 수목원 조성 공사가 끝나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심은 나무와 풀은 뿌리를 깊게 내렸고, 가지와 잎을 하늘을 향해 높이 뻗었다.

이후 새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희귀 조류까지 날아와 번식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인공수목원인 한밭수목원에서 쇠솔딱새가 번식에 성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쇠솔딱새는 국내에서는 극히 드물게 번식하는 여름 철새다. 다만 봄과 가을에는 많은 수의 쇠솔딱새가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쇠솔딱새가 번식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환경운동연합이 확인한 것은 지난 13일. 쇠솔딱새는 번식에 성공한 뒤 이소(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일)까지 마쳤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모두 4마리의 새끼가 성장해 둥지를 떠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어미 새가 이소를 위해 먹이로 새끼들을 유인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밭수목원에서 쇠솔딱새의 번식이 처음 목격된 것은 지난 5월 3일이다. 하지만 같은 달 17일 둥지가 훼손되면서 최종 번식에는 성공하지는 못했다.

쇠솔딱새는 부화 기간이 12일이다. 새끼 새를 돌보며 기르는 기간이 12~14일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번식이 확인된 쇠솔딱새는 지난 5월 28일쯤 부화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이경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울창한 숲을 좋아하는 쇠솔딱새가 인공적으로 조성된 한밭수목원에서 번식에 성공했다는 것은 한밭수목원이 자연 숲의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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