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평균수명 100세 시대 열린다

2004.10.05 18:46

지난해 초 미국의 두 교수가 ‘인간의 최대 수명’ 내기를 했다. 일리노이대학 공공보건대의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는 130세를, 아이다대학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150세를 주장했다. 이들은 우선 150달러씩을 신탁예금에 넣고 매년 약간씩 보태 2150년까지 5억달러를 만들기로 한 것. 만약 2150년 1월1일을 기준으로 150살까지 생존한 사람이 나타난다면 오스태드 교수가 이기는 것이다.

[창간58주년 특집] 2030년 평균수명 100세 시대 열린다

◇노화방지와 장수의학=현대의학은 노화를 방지하고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노화의 메커니즘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프로그램이론으로, 노화란 생물학적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관심을 끌었던 ‘텔로미어’ 연구가 여기에 속한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유전정보가 담긴 염색체 말단 부위를 말하는데, 세포가 분열을 거듭할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지고 나중에는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못해 세포가 죽게 된다. 따라서 세포 분열의 키를 쥐고 있는 텔로미어를 길게 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리거나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이 바로 ‘텔로머라제’이다. 노화현상을 보이지 않는 바닷가재, 무지개송어에는 텔로머라제가 많이 존재한다. 세계 최대 생명공학회사인 제론사는 텔로미어 연구를 활용한 노화관련 질병 치료와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노화의 두번째 이론은 손상 혹은 오류 이론이다. 활성산소이론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마시는 산소의 일부가 활성산소로 바뀌고 이것이 체내에 쌓여 노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활성산소를 줄이는 제품, 즉 항산화제를 개발해 노화를 막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노화를 일으키는 유전자 혹은 장수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도 활발하다. 예를 들어 노화와 관련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는 유전자(P21), 효모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유전자(SIR2), 적포도주의 성분으로 노화를 지연시키는 단백질(시르투인) 등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노화 방지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재생 의료의 핵심, 줄기세포=줄기세포는 미래의학의 핵심기술이다. 줄기세포는 모든 장기를 구성하는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말한다.

실제로 현대사회에서 치료가 어려운 대표적인 질병인 치매, 심근경색, 척추손상, 당뇨, 간경화 등은 특정 조직이나 장기의 손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를 회복시키는 재생의료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줄기세포가 재생의료의 총아로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에는 줄기세포를 계속 배양할 수 있는 배양기술과 원하는 조직 세포로 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분화기술 등 2가지가 필요하다. 아직은 배양기술을 확보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화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기법이 확립되면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수천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줄기세포 연구와 함께 장기이식 또한 21세기 의학의 숙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인체 장기들의 기능이 저하되고 이 때문에 만성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1984년 미국에서 생후 15일된 아기 ‘페이’가 버본원숭이의 심장을 이식받아 20일 동안 생존한 일이 있다. 이후 동물의 장기이식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는 동물로 돼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돼지는 오랫동안 인간과 어울려 살아왔고 무균 상태로 사육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전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적다. 그뿐 아니라 사육이 쉽고, 임신 기간이 짧으며 한 번에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을 수 있어 장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면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질병에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돼지나 원숭이의 장기를 삽입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인간의 장기일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바로 인간의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간의 피부세포, 췌장세포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췌장이식, 피부암 환자를 위한 피부 이식 등을 먼저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간의 심장, 콩팥, 간, 허파 등 장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과학의 수레바퀴에는 후진이 없다”며 “지금은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간 장기를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