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층민들 한푼두푼 모은 애국심에 감명”

2005.09.26 17:39

하와이대 최영호 교수가 대조선국민군단과 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야후이마누 마을)에서 국민군단의 활동과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와이대 최영호 교수가 대조선국민군단과 사관학교가 있던 자리(야후이마누 마을)에서 국민군단의 활동과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국 하와이대 역사학과 최영호 명예교수(75)는 미국 내에서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사에 정통한 몇 안 되는 학자 중 하나다. 하와이를 찾는 연구자들과 취재진을 위해 현장 안내와 자문을 도맡아 할 정도다.

하와이 아후이마누 마을의 대조선국민군단과 사관학교 병영 부지, 박용만의 활동 사진 등을 발굴해 알린 것도 최교수다. 하와이로 이민온 ‘사진 신부’와 이승만의 독립운동 등에도 조예가 깊다.

최교수는 1970년 하와이대 역사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뒤부터 이민사·독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하와이 이민사나 독립운동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누군가 반드시 정리해야 할 일인데 관련 연구자가 거의 없어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특히 초기 이민 한인들에게서 큰 감명을 받았다. 그는 “사탕수수 이민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최하층 사람들이었으며 어떻게 보면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라며 “그런데도 조국을 위해 얼마 되지 않는 수입에서 돈을 쪼개 보태고 여러 모임을 통해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이어 “이민 1세대는 하와이에서 제일 밑바닥 계층에 교육 수준도 제일 낮았지만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빨리 자립해 사탕수수 농장을 떠났다”며 “특히 교육열이 제일 높아 자식 교육을 시키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런 자녀 교육으로 이민 2~3세대가 한인 사회의 주류를 이룬 70년대에는 한민족의 소득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하와이 이민사·독립운동사에서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긴 최교수는 원래 ‘한국학’ 대가이다. 경북 경산 출신인 그는 경북고 졸업 뒤 대구사범 사학과에서 수학했다. 한국전쟁 때 자원 입대, 58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미국으로 유학했다. 애초 서양사(미국사)를 전공했지만 한국학 연구자가 드물어 ‘개화 이전 전통시대’로 세부 전공을 바꾸고 시카고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교수는 이후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양학에서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왜곡된 한국학 서술을 바로잡는 데 힘을 쏟았다. 유네스코 지원 아래 만들어진 ‘한국전통자료집’ 발간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최교수는 올해 말 초기 한인 이민자들에 관한 책(가제 ‘무궁화 땅에서 건너와(From the land of Hibiscus : Koreans in Hawaii)’)을 펴낼 계획으로 마무리 집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내가 유학올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경제·경영 전공자들만 넘친다”며 “한글·한문·영어에 정통한 국사학자들이 많이 와 한국학을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 호놀룰루|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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