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여론의 총선 예측 실패는 이용자 수도권 집중 때문”

2012.04.24 20:03 입력 2012.04.25 10:43 수정

SNS 이용자 온라인 설문

지역·세대 간 쏠림 뚜렷하고 정치 관심 늘지만 현실 연계는 미지수

여야 어느 쪽을 지지하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에게 4·11 총선 결과는 충격이었다. 어느 때보다 SNS 여론이 ‘정권 심판론’으로 들끓었고, 이대로라면 여소야대가 당연시됐기 때문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SNS 여론의 영향력이 큰 화제가 됐고 이번 선거를 앞두고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크게 뒤처졌다. 야당 지지자들은 선거 직후 공황 상태에 빠지는 듯한 분위기도 보였다. SNS의 실제 영향력을 놓고 분분한 해석이 쏟아져나왔다. SNS가 가지는 힘과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 SNS 이용자, 수도권·20~30대에 쏠려

[e-세상 속 이 세상]“소셜 여론의 총선 예측 실패는 이용자 수도권 집중 때문”

경향신문이 지난 16~17일 SNS 이용자 107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소셜 여론과 실제 총선 결과가 달랐던 주 원인을 “이용자의 수도권 집중”(49.6%, 502명)으로 꼽았다. 실제로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고 답한 SNS 이용자는 68.4%(737명)에 달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연대가 승리한 서울·수도권에서만 SNS 여론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설문조사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구글플러스 등 1개 이상 SNS를 이용하는 이들이 참여했다. 매일 1회 이상 SNS에 접속하는 열성적인 이용자가 90%를 넘었다.

서울대 장덕진 교수가 지난해 9월 트위터 이용자 2000명을 상대로 한 ‘소셜미디어 이용조사’에서도 거주지역 중 서울·인천·경기가 51.5%로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시기 한국광고주협회가 조사한 ‘SNS 이용 실태’에서도 이용자의 절반이 서울(24.8%)·경기(30%)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가 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된 지난 10·26 서울시장 보선은 서울시민들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지역 간 SNS 이용 차이가 선거에 큰 변수로 작용하지 못했다.

SNS이용자의 세대 간 쏠림 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설문조사 참여자 중 20~40대는 92%였다. 장 교수의 조사에서도 20~40대의 비율은 82.4%에 달했다. 현재 수도권에 사는 사람 중 20~40대의 비율은 절반(49.8%)에 달한다. 성공회대 김정훈 교수는 ‘경제와 사회’에 실은 글에서 “2040세대는 민주화 효과와 정보화 효과로 5060세대와 달리 자신이 처한 현실을 꿰뚫어보려는 충동을 갖고 있고 이것이 진보적 성향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SNS이용은 스마트폰 보유 여부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KT의 지난 2월 연령별 스마트폰 이용 조사에 따르면 20대는 76%, 30대는 61%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50대(30%), 60대(15%) 등 세대가 올라갈수록 스마트폰 보유비율은 뚝 떨어진다.

SNS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미디어인지도 짚어볼 만한 부분이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SNS에서는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설문 참가자들 대부분은 SNS 여론이 실제 자신의 생각과 유사하다고 답변했다. 이용자들의 62.6%(674명)가 “나와 생각이 비슷해 내 생각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내 생각과 다르지만, SNS 친구들의 의견이 설득력 있어 생각을 바꾸었다”고 답변한 이용자는 5%(54명)에 그쳤다. “SNS 여론이 전체 여론을 대변할 수 없다”는 의견도 44.7%(452명)에 달했다. 아직 SNS 이용자가 진보적인 성향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e-세상 속 이 세상]“소셜 여론의 총선 예측 실패는 이용자 수도권 집중 때문”

■ SNS 정치적 에너지는 상승 중

트위터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던 지역은 투표율도 덩달아 높게 나왔다. 소셜데이터 분석서비스인 소셜메트릭스가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관심을 받은 지역구 30곳의 투표율과 총선 투표율을 비교해 본 결과 전체 투표율은 지난 총선에 비해 8.2%포인트 올라갔지만, 상위 30곳의 투표율은 평균 11.4%포인트로 훨씬 웃돌았다. 관심도 2·3위를 차지한 부산 사상·서울 강남을은 투표율이 지난 총선에 비해 각각 19.7%·14.5%포인트 뛰어올랐다. 김용민 ‘막말 논란’으로 관심도 1위를 차지한 서울 노원갑은 8.3%포인트 증가해 평균 증가 추세와 비슷했다.

트위터 관심도 상위 30곳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 부산 등 대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SNS 이용자들이 몰린 곳에서는 일정 부분 영향력이 발휘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SNS의 정치적 에너지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를 언급하는 트윗은 지난해 4·27 재·보선 당시 7만6000여건,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당시 10만5000여건이던 것이 10·26 서울시장 보선 때는 45만여건으로 폭증했고, 4·11 총선에선 95만9000여건으로 급증했다. 정치·선거에 대한 관심은 계속 늘고 있다는 뜻이다. ‘투표’라는 단어를 언급한 트윗도 지난 10·26 보선 때는 선거 당일 20만여건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선거 당일 60만건을 넘었다.

SNS 이용자들의 정치 관심은 눈에 띄게 늘고 있지만, 이것이 현실 정치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트위터 등 SNS에서 진보 진영의 여론이 보수 진영에 비해 우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야당 지지 투표로 실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서 분노와 불만은 왕성하게 표출되지만, 이를 조직해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사람들의 정서와 정치적 의견이 형성되는 과정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세상 속 이 세상]“소셜 여론의 총선 예측 실패는 이용자 수도권 집중 때문”

■ 보수진영 ‘SNS 결집’ 상승세

2010년 영국 총선은 소셜미디어 선거로 평가받고 있다. 이 선거에서 보수당은 제1당인 노동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보수당은 정당을 언급한 트윗 수에서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사람도 보수당(10만)이 노동당(5만)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미국·영국은 보수진영의 소셜미디어 활용이 진보진영을 앞지르고 있다. 2008년 미 대선에서 소셜미디어를 앞세운 오바마에게 패했던 공화당은 소셜미디어 공략에 나서 이제는 거꾸로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적 홍보컨설팅 회사인 에델만 디지털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를 보면 미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트위터 영향력, 인기도, 신뢰도 등을 측정한 ‘트위터 레벨’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어떨까. 2010년 하반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본격화된 이후 트위터 등에서는 진보진영이 우위에 서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도 미국·영국처럼 갈수록 보수층의 여론 결집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4·11 총선에서 낙선한 후 ‘국민 욕쟁이’로 활동을 개시한 김용민씨에 대한 트위터 내 진보·보수 여론 형성 과정을 보면 보수진영에서는 변희재·이화수·둠벙 등 여론을 확산시키는 핵심 영향력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위 그림)

소셜데이터 분석업체인 트리움이 ‘국민 욕쟁이’를 언급한 트윗을 분석하고 김씨를 지지하는 진보 측, 김씨를 비판하는 보수 측 여론을 확산시키는 영향력자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아직까지 진보진영의 영향력자가 보수진영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트리움 이종대 이사는 “지난해까지 보수진영에 여론 결집 역할을 하는 허브가 없었지만, 올해 들어 이 같은 허브가 생겨나고 있는 단계”라며 “결집도가 매우 견고한 것이 특성”이라고 말했다.

<이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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