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木’ 망치면 어쩌지…진땀 3시간, 소리를 얻다

2017.05.26 21:46 입력 2017.05.29 09:19 수정

원목스피커 만들기

[취미잼잼] (17) ‘木’ 망치면 어쩌지…진땀 3시간, 소리를 얻다

‘효창동 木 공방’. 출입구 한쪽에 서 있는 원목 표지판이 정겹다. 나무의 따뜻한 질감 때문일까, 직접 만든 것임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일까. 살짝 높이가 맞지 않는 글자들이, 사방의 둥근 테두리가 푸근한 인상을 줬다. 공방에 들어서니 작업장으로 향하는 나무문이 눈에 들어온다. 채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나무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 작업 도구들이 가지런히 배치된 공구 걸이, 정갈한 자태의 옷걸이,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 의연한 모습의 책장, 칸 칸마다 머그잔이 가지런히 올라가 있는 선반, 의자와 탁자까지…. “이거 모두 직업 만드신 거겠죠?” 조금은 황당했을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 플레전트빌 공방 손무길 대표(36)의 답이 돌아온다. “그럼요. 바닥부터 전기공사까지 100% 모두 제가 했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효창동 플레전트빌 공방에서 열린 취미잼잼 5월 행사 ‘원목 스피커 만들기’ 참가자들이 목공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지난 17일 서울 효창동 플레전트빌 공방에서 열린 취미잼잼 5월 행사 ‘원목 스피커 만들기’ 참가자들이 목공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세간살이는 그저 사들이는 것이란 생각에 익숙했지만 공방 안에선 되짚어 묻게 된다. 만들어 쓰는 건 어떨까? 경향신문 연중기획 ‘취미잼잼-올해는 취미를 갖자’ 5월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원목 스피커 만들기에 도전했다. 전원 없이 원목 자체가 울림통 역할을 해 스마트폰의 음악 소리를 증폭시켜 주는 물건이다. 검색해 보면 공방에서 수제로 만든 원목 스피커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릭 몇 번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꼬박 3시간을 넘게 들여 하나씩 만들어보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서울 효창동 플레전트빌 공방에 모인 참가자들 머리 위로 떠오른 질문이었다.

작업은 목재를 고르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공방에 준비된 나무는 모두 세 종류였다. 베이지색의 북미산 레드 오크, 물결무늬가 인상적인 황토색의 국산 느티나무, 줄무늬가 얼룩말을 연상케 하는 갈색의 지브라 우드가 선택의 손길을 기다렸다. 개성이 뚜렷해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한 참가자가 옹이가 있는 목재를 들어올렸다. “이 옹이가 있는 자리를 파내면 주위로 자연의 물결무늬가 더해지면서 아주 멋있는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보통 옹이가 있는 목재는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스피커의 울림통을 만드는 데는 제격인 셈이다.

각자 고른 목재를 가지고 목공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스피커는 세 조각의 같은 크기 목재를 붙여서 만든다. 편의상 맨 앞의 목재를 1번, 중간에 들어가는 목재를 2번, 맨 뒤에 붙일 목재를 3번이라고 정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목재를 1번, 제일 마음에 안 드는 목재를 2번, 뒤태가 좋아 보이는 목재를 3번으로 정하세요.” 손 대표의 말에 참가자들은 목재를 이리 재보고 저리 재 본다. 목공의 시작은 이렇게 재료를 고르고, 또 그 재료 안에서도 우선순위를 정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드릴 프레스로 구멍을 뚫는 장면.

드릴 프레스로 구멍을 뚫는 장면.

고심 끝에 순서를 정하고 연필로 번호를 표시한 뒤 바지런히 목재를 정리했다. 소리가 흘러나올 구멍을 양쪽에 뚫어야 할 차례다. 1번과 2번의 목재를 양면테이프로 붙여 단단히 고정했다. 같은 크기의 구멍을 1, 2번에 동시에 뚫기 위해서다. 도면을 참고해 목재 위에 자를 대고 연필로 원의 중심을 표시했다. 드릴 프레스에 목재를 놓고 드릴 비트의 가운데를 연필로 표시한 원의 중심에 맞췄다. 기계를 작동하자 육중한 소음이 주위를 압도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목공 자체가 처음이라 적잖게 놀란다. 손 대표의 안내로 직접 드릴 프레스의 레버를 지그시 당겨보자 두려움이 조금은 가신 듯했다.

조금씩 비트가 목재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나무 타는 듯한 냄새가 살짝 코끝을 자극했다. ‘퉁’ 소리와 함께 한 층의 목재에 구멍이 뚫렸다. 비트를 빼내자 연기를 풍기는 동그란 모양의 뜨끈뜨근한 나무 덩이가 떡판 찍듯 나오면서 원판이 ‘뻥’ 하고 뚫린 모습이 보였다. 처음 해 본다는 여성 참가자들도 이내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었다. 무서운 생김새와는 달리 살짝 누르는 게 관건이었다. “선생님, 기계가 멈췄어요.” 너무 세게 누르면 비트가 목재에 껴서 움직이지 않는다.

[취미잼잼] (17) ‘木’ 망치면 어쩌지…진땀 3시간, 소리를 얻다

다음은 스마트폰을 넣을 부분을 ‘ㄷ’자로 잘라낼 차례다. 조금 큰 스마트폰을 가진 참가자들은 간격을 재조정해 좀 더 넓게 잡았다. 치수를 표시한 목재를 테이블 톱 위에 놓았다. “나무를 손으로 꼭 잡아야 합니다. 톱 위로 나무가 지나갈 때 흔들리면 위험해요.” 역시 굉음이 울리자 참가자들은 직접 해 보길 주저하는 눈치였다. “망치면 어떡하죠?” 그러나 손 대표가 참가자들이 잡은 목재가 단단하게 고정됐는지 확인하고 톱날 위로 통과시키자 의외로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평행으로 두 줄을 잘라낸 뒤 마지막 안쪽 변은 그무개로 칼금을 긋고 가는 띠 모양의 밴드 톱 기계를 집어넣어 잘라냈다. 밴드 톱으로 잘라낸 부분은 끌로 다듬는다. 2번 목재는 스마트폰 너비만큼 넓게, 1번 목재는 스마트폰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좁게 만들어 완성했다.

양쪽으로 구멍이 있고 가운데에 스마트폰을 집어넣을 부분이 완성됐다. 1, 2, 3번 목재를 겹쳐보자 벌써 완성된 느낌이다. 이제 2번 목재 밑에 스마트폰의 소리를 양쪽 구멍의 소리통으로 전달해 줄 소리길을 만들어야 한다. 역시 치수를 재서 목재 위에 표시한 뒤 밴드 톱으로 잘라냈다. 이번 강좌 가운데 가장 고난도였다. 20㎝씩 왔다 갔다 하면서 40㎝ 가까운 길이를 조금씩 조금씩 밀면서 잘라내 간다. 직선으로 민다고 밀었는데도 삐뚤삐뚤해진다. 표시된 금을 살짝 비켜나가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진땀을 흘리면서도 스스로 해냈다. 기계로 목재를 잘라내는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되는 사포질은 기본이다. 목재의 절삭면을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목재 절삭 작업이 얼추 끝나자 1, 2, 3번 목재를 목공용 접착제로 붙였다. 접착제를 고르게 넓게 펴서 바르되, 흘러나온 접착제를 닦아내기 어려운 안쪽 부분은 상대적으로 얇게 바르고 바깥쪽이나 면이 넓은 쪽 위주로 두껍게 발랐다. 2번과 3번을 먼저 붙이고 맨 앞면인 1번을 붙였다. 접착제를 붙인 뒤 조임틀로 강하게 고정시켰다. “자, 이제 물 한 잔 마시고 쉬세요. 10분 정도 걸립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테이블 톱 사용 시범을 보이는 손무길 대표.

테이블 톱 사용 시범을 보이는 손무길 대표.

모양이 완성됐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원형 사포 기계로 목재 겉면을 골고루 다듬어서 부드럽게 만들어 줬다. 취향에 따라 트리머로 소리통의 각진 부분을 곡선으로 다듬어 주기도 했다. 스피커의 네 측면을 10도가량 경사지게 잘라내 모양을 내고 안정감도 높였다. 마무리 작업은 기름칠이었다. 스펀치로 부스러기들을 털어내 준 뒤 린시드 오일을 스펀치에 묻혀 표면에 골고루 펴 발라줬다. 나무 고유의 색을 살리고 목재 보호 효과도 있다고 한다. 손자국이 남지 않게 안쪽, 바르기 어려운 쪽부터 바르고 앞부분은 나중에 발랐다. “목재의 양쪽 끝은 특히 흠뻑 발라주셔야 합니다. 숨구멍이 살아 있어서 오일을 많이 빨아들이거든요.” 다시 한번 목재라는 재료의 특징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완성된 원목 스피커.

완성된 원목 스피커.

마감까지 마치자 고급스러운 원목의 질감이 되살아나 작업의 뿌듯함을 더했다. 하루쯤 그늘에 말리면 완성이다. 한 참가자는 “목공을 처음 해 보는 사람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작업이었다”라며 “끌을 쓰는 게 좀 무서웠는데 톱을 쓰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글 황경상 기자·사진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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