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편도 일 줄여 육아 부담…스웨덴에선 자녀 셋이 유행”

2018.04.04 06:00 입력 2018.04.04 06:01 수정

아이 셋 키우는 18년차 국영 라디오 기자 캐롤라인

아이가 셋이라는 스웨덴 국영 라디오방송사 SR 여기자 캐롤라인이 돌이 지난 막내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캐롤라인은 어린아이가 있는 직장인은 대개 업무를 줄여 근무한다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아이가 셋이라는 스웨덴 국영 라디오방송사 SR 여기자 캐롤라인이 돌이 지난 막내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캐롤라인은 어린아이가 있는 직장인은 대개 업무를 줄여 근무한다고 말했다. 송현숙 기자

남녀 불문 90%·80%·50%

업무 줄여 탄력 ‘육아휴직’

타 부서 보스는 아이가 넷

남성들도 아이들 돌보러

회사서 사라지는 날 많아야

“스웨덴에선 요즘 세 명의 자녀를 갖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왜 갑자기 모두 자녀 세 명을 가지고 싶어 하는가’가 토론거리가 될 정도죠.”

여덟 살, 여섯 살의 두 딸과 이제 한 돌 반이 지난 막내아들을 키우는 국영 라디오방송사 SR의 18년차 여기자 캐롤라인(43)은 “자녀 셋이 유행”이라고 했다.

“20년 넘게 신문기자로 일하면서 주변에서 아이 셋인 여기자를 만난 적이 없다”며 놀라워하는 내게 캐롤라인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직장에 와봐야 해요. 둘은 기본이고, 나보다 훨씬 바쁜 우리 부서의 여성국장도 아이가 셋, 온라인 관리 부서의 보스는 아이가 넷이에요.”

어린아이들을 둔 캐롤라인은 에너지 회사의 광고 컨설턴트인 남편과 법적으로 보장받은 육아휴직을 사용해 50%씩 근무하고 있다. 캐롤라인은 월·화요일에, 남편은 목·금요일에 출근하고 수요일엔 두 명이 번갈아 일한다. 주 20시간 일하니 급여는 조금 줄었지만 캐롤라인은 “일할 때는 열심히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고, 아기랑 이틀 있으면 슬슬 일하고 싶어진다”며 “여유 있는 이 생활이 정말 좋다”고 했다.

국영 텔레비전인 SVT와 민영 텔레비전인 TV4에서 1년씩 임시직으로 일한 후 현재 직장으로 옮겨 주로 국제부에서 리포터와 해외특파원으로 근무한 캐롤라인은 이라크와 이란, 북한, 시리아, 리비아, 쿠바 등 6개국의 여행, 취재경험, 특파원 생활 등을 묶어 <악의 세력으로부터의 인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최근 5년간은 국제부 에디터로 일하며, 유럽 정치에 대한 팟캐스트 쇼도 매주 진행한다.

요르단과 터키 특파원이었을 땐 아이들이 없었고, 독일 특파원 때는 남편이 함께 가서 70%만 일하며 아이들을 돌봤다고 했다. 워싱턴과 런던에서 취재차 여름을 보냈을 때는 남편이 스웨덴에서 아이들을 돌봤는데, 1~2주가량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머지는 남편이 휴가를 냈단다.

회사는 어떻게 돌아갈까. 캐롤라인은 아이가 어린 경우엔 남녀 불문하고 90%, 80%, 50% 등 일을 줄여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인사팀에서 이 사람의 20%, 저 사람의 40%를 합치고 나눠 퍼즐조각 맞추듯 직원들을 배치하는데, 이 분야엔 완전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국제부엔 캐롤라인까지 에디터가 3명 있고, 그때그때 역할을 바꿔 리포팅을 한다. 오전 5시~점심, 오전 7시30분~오후 3시30분, 오후 3시~자정, 3교대로 근무한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육아휴직을 할 땐 임시직을 고용한다. 캐롤라인도 대학 졸업 후 첫 2년간 바로 이 방식으로 근무했다.

캐롤라인은 “중요한 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이 아이를 돌보러 회사에서 사라지는 일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독일에선 아이가 아플 때 여성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여성 고용을 기피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의 저출산 관련 기획이 아주 흥미롭다면서도, 한국 상황 설명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질문을 쏟아부었다.

“열심히 공부하느라 많은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까지 가진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는 걸 안타까워하지 않나?” “아이 때문에 직장을 관둔다면서 왜 아이를 적게 낳나?” “스웨덴에선 모두 일하기 때문에 집에 있으면 같이 어울릴 친구들이 없는데, 한국에서 집에만 있으면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캐롤라인은 “똑똑하고 야심찬 여성들이 아이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나도 한국에 있었더라면 아이를 갖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4년간 아시아를 여행하며 한국에서 패션모델과 해외통신원을 겸한 적이 있는 캐롤라인은 “가장 중요한 건 의식변화다. 스웨덴도 한참 걸렸다”며 “한국은 가부장적 문화까지 있어 더 복잡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매우 빨리 변화하는 나라이니, 의지만 있으면 금방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의 변화를 적극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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