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앞치마 맨 대사님 “우리 키위들은 가정식 바비큐를 즐겨 먹어요”

2018.09.19 21:10 입력 2018.09.21 17:48 수정
정유미 기자·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영상 채용민 PD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가 소개한 초록잎 홍합 / 쇠고기·양갈비 스테이크 / 파블로바 빙수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필립 터너 대사가 스테이크를 직접 굽고 있다. 그는 딱 2분간 구워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필립 터너 대사가 스테이크를 직접 굽고 있다. 그는 딱 2분간 구워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세계지도에서 남극점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섬나라. 한국보다 국토 면적은 2.7배 넓지만 인구 수는 10분의 1도 안되는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 뉴질랜드. 드넓은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떼와 깊은 바닷속을 헤엄치는 싱싱한 해산물, 해발 2000~3000m 산 정상 빙하 위를 걷다가 에머랄드빛 호숫가에서 지친 영혼을 달랠 수 있는 곳이다. 뉴질랜드는 자연이 내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미식가의 천국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키위’라고 부르는 뉴질랜드인들, 청정 지역서 기른 육류·해산물·채소 자랑…“흐르는 강물도 인간과 평등한 권리를 보장”

<b>나 불렀어요?</b> 키위

나 불렀어요? 키위

주한 뉴질랜드 필립 터너(Philip Turner) 대사가 소개한 뉴질랜드 전통 음식은 한국 청주를 넣은 ‘초록잎 홍합’, 김치소스를 이용한 ‘쇠고기·양갈비 스테이크’, ‘파블로바 빙수’ 등 3가지다.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뉴질랜드 대사관저다.

새빨간 대문을 열고 대사관저로 들어서자 그릴 위에서 지글지글 춤추고 있는 스테이크가 코끝을 자극했다. 잔디정원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고기를 굽던 터너 대사가 “딱 2분 동안 불판에 올려야 제맛이 난다”며 “이런 바비큐를 ‘키위’들은 집에서 편하게 즐긴다”고 인사를 건넸다. ‘키위들이라니…’. 흔히 키위 하면 먹는 과일이 떠오르지만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신들을 ‘키위(Kiwi)’라고 부른다.

키위는 뉴질랜드 국조(國鳥)다. 뉴질랜드 마오리족들이 ‘Kiwi Kiwi’라고 우는 새의 울음소리를 본떠 ‘키위’라고 이름을 지었다. 부리가 가늘고 긴 멸종위기의 키위는 천적이 없어 날지도 않는단다. 뉴질랜드에서 ‘키위’는 뉴질랜드 사람, 새, 과일 등 3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새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는 ‘키위’들의 밥상이 벌써부터 궁금했다.

<b>초록잎 홍합</b> 에메랄드빛 껍질이 특징인 홍합뉴질랜드에서는 ‘국민 식재료’속살은 쫄깃, 국물은 담백한 맛

초록잎 홍합 에메랄드빛 껍질이 특징인 홍합뉴질랜드에서는 ‘국민 식재료’속살은 쫄깃, 국물은 담백한 맛

가장 먼저 식탁에 오른 것은 에피타이저 ‘초록잎 홍합 요리’였다. 껍질 주위에 에메랄드빛이 감돌아 ‘초록잎 홍합’이라고 부르는데, 뉴질랜드 밥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접시에 놓인 두툼한 홍합을 반으로 잘라 오물오물 씹었다. 한국의 청주가 더해지면서 맛이 깊어졌다. 속살은 쫄깃하면서 찰졌다. 국물은 아주 담백했다.

메인 요리는 대사가 직접 구워낸 ‘양갈비·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였다. 대사가 “오렌지색 퓌레는 어때요?” 하고 물었다. 귀한 손님에게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뉴질랜드의 전통인데 “오늘은 한국의 김치로 풍미를 더했다”고 했다. 김치퓌레를 듬뿍 찍어 고기를 한입 가득 넣었다. 양갈비는 감칠맛이 났고 쇠고기 안심은 고소함이 오래 남았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매콤한 음식들은 와인과 잘 어울리지요. 요즘 뉴질랜드산 와인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을 아시나요. 미국에서 뉴질랜드 와인의 시장점유율이 프랑스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같은 품종의 포도라도 뉴질랜드에서 생산하면 다르다고 해요.” 대사가 내어준 화이트 와인은 상큼하면서도 가벼웠다. 레드 와인은 묵직하지 않았고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그렇다면 맥주는? 저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수제맥주가 유명하단다.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주류 브랜드는 있을까. “뉴질랜드입니다. ‘메이드 인 뉴질랜드’가 최고의 브랜드죠.”

<b>쇠고기·양고기 스테이크</b> 김치퓌레와 함께 준비한쇠고기 고소, 양고기는 감칠맛뉴질랜드산 와인과 ‘찰떡궁합’

쇠고기·양고기 스테이크 김치퓌레와 함께 준비한쇠고기 고소, 양고기는 감칠맛뉴질랜드산 와인과 ‘찰떡궁합’

뉴질랜드에서는 소와 양을 초원에서 자연 그대로 방목한다.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호르몬을 주입하지도 않는다. 너른 풀밭의 목초를 먹고 자라다 보니 카로틴이 풍부해 버터의 색깔도 노랗다. 100% 청정지역에서 생산하는 고기와 해산물, 채소, 과일까지 무엇 하나 신선하지 않은 식재료가 없겠다 싶었다.

“오래된 전통 음식은 마오리족의 ‘항이(Hangi)’입니다. 땅을 깊게 판 뒤 항아리에 돼지고기, 감자, 고구마, 옥수수, 조개 등을 넣고 지열로 요리하는 슬로푸드죠. 2~4시간 푹 익혀 내는데 정말 맛있어요.”

뉴질랜드는 알고 보면 한국과 참 가까운 나라다.

뉴질랜드 인구의 1%가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에서 온 이민자와 유학생이 많다. 대사가 “포 카리카리 아나~” 하며 반주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마오리족의 전통 민요인데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라는 한국의 ‘연가’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뉴질랜드 병사들이 전해준 애잔한 사랑가가 아니었던가.

“북미만 해도 인디언들이 특정 보호지역에서 명맥을 유지하지만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언어와 문화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혹시 ‘하카(Haka)’라고 들어보셨나요?” 대사가 두 눈을 부릅뜨더니 “카마테, 카마테” 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마오리족의 전통 춤을 소개했다. 마오리족은 전쟁에 나서기 전에 혀를 길게 내밀고 험악한 얼굴로 적들에게 용맹함을 과시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팀 ‘올 블랙(All Black)’은 지금도 경기에 앞서 하카춤을 춘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하카를 배운다는 뉴질랜드인의 남다른 강인함이 느껴졌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아침은 시리얼과 우유 또는 토마토, 버섯, 요거트와 빵을 먹는다. 점심은 샌드위치와 파이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저녁은 주로 가족과 만찬을 즐긴다. 대사는 “한국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말을 하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하지만 뉴질랜드인들은 식탁에서 친구와 가족 간 대화를 나누고 소통한다”며 “미리 예약만 하면 레스토랑에서도 점심이건 저녁이건 3~4시간씩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b>파블로바 빙수</b>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뉴질랜드 방문 기념으로 만들어바삭한 케이크에 키위 얹어 ‘달달’

파블로바 빙수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뉴질랜드 방문 기념으로 만들어바삭한 케이크에 키위 얹어 ‘달달’

디저트로 나온 ‘파블로바’ 빙수는 달달했다. 바삭한 케이크 같은 파블로바는 1920년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가 뉴질랜드를 찾았을 때 셰프가 특별히 만든 디저트다.

빙수에 얹은 과일 키위와 잘게 부순 파블로바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자연에 맞서지 않습니다.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죠. 자연이 파괴되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는 마오리족의 전통가치가 살아있지요. 흐르는 강물에도 인간과 평등한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동등한 인격체이자 동반자입니다.” 뉴질랜드는 자연과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걸어가며 소통하는 나라다.

◆국토 3분의 1 보호구역인 뉴질랜드, 대사관이 꼽은 명소는 와이헤케섬

수도 웰링턴은 세계적 미식 도시


■ 뉴질랜드는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10)앞치마 맨 대사님 “우리 키위들은 가정식 바비큐를 즐겨 먹어요”


호주에서 남동쪽으로 약 1600㎞ 떨어진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원주민 언어인 마오리어로 ‘길고 흰 구름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뉴질랜드는 두 개의 큰 섬인 북섬과 남섬을 비롯해 수많은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2.7배이지만 인구수는 475만여명에 불과하다. 국토의 3분의 1이 국립공원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청정국가다. 옥빛이 찰랑거리는 기다란 해변, 해발 2000~3000m급 산과 빙하, 협곡 등 자연의 경이로움을 모두 갖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 <나니아 연대기>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등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 명소

뉴질랜드대사관이 추천한 가볼 만한 명소는 다섯 군데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 사는 곳이자,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3대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인 328m의 스카이타워 외벽 걷기와 스카이 점프 등 짜릿한 모험을 즐길 수 있다.

대사가 귀띔해준 진짜 숨은 명소는 오클랜드에서 페리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와이헤케섬(Waiheke Island)이다. 유명한 와인 산지이기도 한데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거나 카약 등 수중 액티비티도 만끽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은 세계적인 미식 도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17년 ‘세계 전 대륙의 가장 맛있는 음식’ 가이드에서 웰링턴을 “예기치 않게 발견한 6대 미식 도시”로 선정했다. 독특한 커피와 수제 맥주로도 유명한데 특히 음식문화 거리인 쿠바 스트리트(Cuba Street)는 세계적인 영화 제작자와 예술인들이 자주 찾는다. 2011년 <론리 플래닛>은 ‘세계에서 가장 작고 멋진 수도’로 꼽았다. 국립 파파통가레와(Te Papa Tongarewa) 박물관은 마오리족의 전통, 뉴질랜드의 자연생태 등을 첨단 기술과 결합한 체험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산지대에 있는 ‘로토루아’는 머드욕과 온천 스파를 즐기기에 좋다. 폴리네시안 스파(Polynesian Spa)는 세계 10대 스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류머티즘과 근육통에 좋은 산성 온천, 피로 해소에 효과적인 알칼리성 온천으로 나뉘어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 전통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와이카토’는 125년 이상 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딧불이 동굴이다. 보트를 타고 환상적인 종유굴로 들어서면 수천마리의 반딧불이가 불을 밝힌다. 영화 <반지의 제왕> <호빗> 촬영지로 인기있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44개의 서로 다른 호빗의 집과 빌보 농장을 둘러보며 양털깎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웨스트 코스트’에는 죽기 전 꼭 봐야 할 절경인 폭스 빙하와 프란츠 조지프 빙하가 있다. 고도가 낮아 세계에서 가장 찾아가기 쉬운 빙하 명소로 통한다. 신발에 아이젠을 달고 천천히 빙하 위를 걷거나 산 아래에서부터 가볍게 등산하듯 빙하를 오를 수 있다. 헬기를 타고 산꼭대기에 내려 빙하를 거니는 헬리 하이크도 흥미롭다.

■ 한국 내 뉴질랜드 식당

한국에서 뉴질랜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뉴질랜드산 쇠고기와 양고기를 비롯해 초록홍합 등 해산물과 가성비 좋은 와인까지 백화점과 할인점,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대사관이 추천한 대표적인 뉴질랜드 음식점은 4군데 정도.

‘르 블랑’(02-790-9550)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펍 스타일의 뉴질랜드 바(bar)다. 뉴질랜드산 식재료를 사용한 가정식 스테이크, 초록홍합 등 부담없는 가격으로 뉴질랜드 대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뉴질랜드 맥주와 와인도 잘 나간다.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피시 앤드 칩스(2만2000원)가 인기다.

‘파넬 카페’(02-511-6492)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있다. 2011년 ‘파넬’이라는 뉴질랜드 가로수길의 브런치 카페를 한국으로 들여왔다. 뉴질랜드 스타일의 브런치와 뉴질랜드 맥주, 와인이 대표 메뉴다. 프렌치토스트와 에그베네딕트(각 1만6500원)를 많이 찾는다.

‘꼬미양’(032-677-0992)은 경기 부천시 내동에 있는 뉴질랜드 직수입 양고기 전문점이다. 양고기 스테이크와 양갈비 등 다양한 부위를 숯불구이와 보양탕, 떡국, 찹쌀 탕수육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특급 레스토랑에서 쓰는 최고급 양갈비 부위인 프랜치랙은 250g당 2만7000원, 양갈비 숄더랙은 2만원에 즐길 수 있다. 강원 원주와 제주시에도 지점이 있다.

‘배비치 포비든 바인’은 알코올 도수 12도의 말보로산 화이트 와인이다. 유명 백화점과 할인점에서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1916년 설립돼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유명한 와이너리 배비치(Babich)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소비뇽 블랑 품종 100%로 파인애플, 허브향, 레몬맛이 어우러져 깔끔하다.

■ 뉴질랜드에 가려면

오클랜드까지 대한항공이 주 5회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까지 가는 콴타스 항공과 캐세이 퍼시픽 등 외항사 경유 편을 이용해도 된다. 화폐는 뉴질랜드달러(NZD)가 기본.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사계절이 있지만 한국과는 정반대다. 한국이 겨울일 때 뉴질랜드의 여름을 찾으면 좋다. 시차는 3시간. 전압은 230·240V로 별도의 보조 플러그가 필요하다. 소켓도 삼발 모양이라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하다. 관광비자를 발급받으면 최대 3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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