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비싸면 망고 먹으면 된다고? 수입 과일 탄소배출 몰라서 하는 말

2024.05.06 21:37 입력 2024.05.07 10:46 수정

환경운동가·농부 마용운씨

경남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마용운씨.

경남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마용운씨.

14년째 사과 농사, 6년간 냉해 겪어
여름엔 폭우로 탄저병 곰팡이 확산

온실가스 배출 지금처럼 유지하면
50년 후 사과 재배지는 강원도뿐

스마트팜, 비싼 투자비에 비현실적
국산 먹거리 소비가 기후위기 대응

“14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었는데 그동안 기후가 어마어마하게 변했어요. 사과꽃 피는 시기가 거의 20일 정도 당겨졌고요. 저희 밭은 냉해가 거의 없는 지역이었는데 5~6년 전부터는 거의 매년 냉해를 겪고 있어요.”

마용운씨는 14년째 경남 함양군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그전에는 서울에서 환경운동가로 일했다. 마씨는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1990년대부터 들었고 제 입으로도 ‘북극곰이 위기에 처했다. 펭귄도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며 “그런데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북극곰과 펭귄만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겪고 있더라”고 말했다.

마씨는 “이번에 사과값이 사상 최고로 비싸진 원인은 기후위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은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사과 농사 잘될까요?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4428t으로 1년 전보다 30.3% 감소했다. 마씨의 사과농장도 사과 품질이 떨어지고 B품 사과가 늘었다. 지난해 봄에는 너무 따뜻한 날씨에 사과꽃이 유난히 일찍 피었는데 4월 중순에 꽃샘추위가 닥치면서 냉해를 입었다. 여름에는 폭우로 날씨가 습해지면서 열매에 곰팡이가 피는 탄저병이 도졌다.

올해는 다행히 사과꽃이 지난해보다는 늦게 피었지만 농사가 잘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마씨는 “우리 농장은 올해 사과꽃이 4월13일부터 피었다. 지난해보다는 늦지만 원래 4월 말에 사과꽃이 피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이르다”고 말했다.

마씨는 “기상이변 현상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겨울 강수량은 역대 가장 많았고 기온은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또 어떤 기상이변 현상이 나올지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이 지난겨울(2023년 12월~2024년 2월) 기후를 분석한 결과 전국 강수량은 236.7㎜로 역대 최대였던 1988년(겨울 강수량 195.9㎜)을 넘어섰다. 지난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기온보다 1.9도 높았다. 이는 2019년(2.8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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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농사 2050년엔 간당간당”

문제는 기후가 계속 변화하는 한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를 반영해 사과 등 과일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50년 후인 2070년대에는 강원도에서만 사과 재배가 가능하다. SSP5는 온실가스가 현행 수준에서 저감 없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고탄소 체제를 가정한 시나리오다.

예측에 따르면 마씨의 사과농장은 2040년대까지는 최고의 적지는 아니지만 사과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2050년대가 되면 사과 재배는 불투명한 상태가 된다. 마씨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사과를 재배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때는 뭘 심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씨는 “해발고도가 낮은 함양의 다른 사과농장에서는 ‘우리 밭에서는 홍로 사과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마씨는 “봄마다 냉해를 겪고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에 빠진 금사과꽃 구하기

‘망고를 먹으면 되지 않냐’는 사람들에게

사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사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스마트 과수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마씨는 이에 대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씨는 “노지에서 재배하는 사과는 모든 기상 현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팜이 조금은 보탬이 되겠지만, 폭염이 왔을 때 에어컨을 틀어주고 폭우에 지붕을 씌워주지 않는 한 기상이변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씨는 “기존 하우스 재배 작물은 딸기, 참외 같은 작은 작물이지만 사과는 3~4m까지 자란다”며 “우리나라 농업 가구의 65%가 농산물 판매 수익이 1000만원 이하인데, 스마트팜을 사과밭에 적용하는 것은 엄청난 투자를 하지 않는 한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마씨는 “정말 근본적인 대책은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서 최대한의 파국은 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씨는 ‘사과 대신 망고 같은 수입 과일을 먹으면 되지 않냐’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는 “바나나는 필리핀에서 오고 오렌지는 미국에서 온다”며 “수입 과일들을 배나 비행기에 실어서 우리나라에 올 때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그 과정에서 지구는 더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먹을거리를 먼저 소비해주면 그만큼 농민들을 도와주는 것이면서 일상에서 기후위기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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