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인, 내가 옳다는 사고를 경계하라

2014.05.08 18:59 입력 2014.09.29 12:45 수정
분당 마음자리한의원장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닌데….”

대형 참사 현장을 방문한 한 장관이 충격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을 등 뒤로 한 채 컵라면을 먹다 구설에 오르자, 청와대 대변인은 오히려 이같이 옹호했다. 그런데, 이 말이 화난 민심을 더욱 건드렸다. 사실 여부나 논리적 타당성을 떠나 ‘감정’과 ‘예의’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 기능은 크게 4가지다. 사상의학에선 ‘태양, 소양, 태음, 소음’, 분석심리학에선 ‘직관, 감정, 감각, 사고’로 분류한다. 소음인은 ‘사고’가 우월하지만 ‘감정’이 열등하다. 머릿속에는 온통 논리와 효율에 대한 생각이다. 이런 경향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장점이 된다. 그러나 사람 간의 일에선 충분치 않다. 때로는 감정이나 감각, 직관이 더 요구된다. 문제는 타고난 한 가지 우월 기능만을 모든 경우에 대입하면서 발생한다. 소음인은 ‘내 논리와 사고가 옳은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 된다.

아내의 분노조절장애로 내원한 한 부부를 보자. 남편은 “아내가 사소한 문제로도 아이들과 나에게까지 분노를 폭발시켜 정말 큰일”이라고 말한다. 진료 직전에도 폭언이 오갔다고 한다. 집에서 병원까지 아내는 자가용을, 남편은 지하철 이용을 고집했다. 차에 기름이 충분치 않은 터라 반대 방향의 주유소까지 돌아갔다 오는 것보다 지하철이 여러 모로 더 효율적이라는 게 남편 설명이었다. 그는 “왜 이런 걸 이해를 못하고 걸핏하면 화부터 내는지 알 수가 없다”고 오히려 억울해했다.

남편이 따진 것은 교통수단의 효율성뿐이다. 대신, 조금 편하게 가고 싶다는 아내의 감정적 가치는 무시된 것이다. 나머지 반복되는 부부 불화 사례들도 패턴은 비슷했다. 남편은 “아내가 말 대신 화부터 낸다”고 하지만, 아내는 “말로는 못 당하고 말이 안 통한다”고 맞선다.

남편은 매사에 효율만을 따진 것이다. 사고라는 제한된 관점에서는 정답처럼 보이지만, 감정 영역에서 보면 0점짜리 효율이다. 결국 남편이 자기 사고에 빠져 효율만 고집하니, 아내는 소통이 안돼 분노가 폭발하고, 그런 분노는 어린 자식과 남편에게도 이어졌다. 부메랑처럼 남편에게 닥친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결과다.

이제마가 “소음인은 자기가 옳다는 긍심(矜心)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를 모르면 소음인 남성은 ‘내가 맞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며 주변과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그러나 소음인이 얻을 수 있는 최대의 효율이라는 것도, 4가지 정신기능 중에 4분의 1에 불과하다. 비유컨대 국어, 영어, 수학, 역사라는 4과목에서 다른 과목은 등한시하고 수학만 100점을 받아 좋은 대학을 가겠다는 식의 착각이다.

사람 간의 일에선 내 생각의 옳고 그름보다, 때로는 상대의 감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또 때와 장소에 맞는 감각적 예의와 적절한 직관적 판단이 더 필요할 때도 많다. 설령 그것이 사고영역에서는 저효율이더라도 말이다. ‘눈치가 있으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가정사든 나랏일이든 내 사고의 옳음만 내세우다가는, 설령 계란은 안 넣었어도 계란세례를 받기가 십상이다.

☞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팟캐스트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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