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편한 삶

간에 나쁜 음식, 이상한 음식

2014.09.23 15:53 입력 2014.09.23 16:13 수정
헬스경향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소화기내과 교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광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기서 광해는 미역국 속에 넣었던 은수저가 검게 변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은수저는 비상(砒霜)이라는 독극물에 닿으면 색깔이 검게 변해 과거부터 왕들은 은수저를 사용해 음식에 독이 있는지 확인했다. 독(毒)은 건강과 생명에 해가 되는 성분들로 먹으면 즉시 사망하는 치명적인 것부터 서서히 몸을 망가뜨려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안상훈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소화기내과 교수

안상훈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소화기내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간에 좋은 음식을 궁금해 하지만 의외로 간에 나쁜 음식을 물어보는 사람은 적다. 간에 독이 되는 나쁜 음식과 개인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이상한 음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간에 나쁜 음식은 술, 오염되거나 비위생적인 음식,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식품이 있다. 술은 직접적인 간손상을 유발하고 이차로 지방간염을 일으켜 간경화, 간암에 이르게 한다. 알코올성간경화환자들은 예후가 매우 나빠 4년 이내에 60%이상 사망한다. 국민건강지침이 정한 ‘덜 위험한 음주량’은 하루에 막걸리 2홉(360㎖), 소주 2잔(100㎖), 맥주 3컵(600㏄), 포도주 2잔(240㏄), 양주 2잔(60㏄)이다. 이보다 더 마시면 ‘과음’에 해당되며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오래된 쌀, 보리, 수수 등의 곡류와 견과류에 핀 곰팡이도 조심해야 할 유해물질이다. 세척하거나 가열해도 아플라톡신과 같은 곰팡이독소는 잔류해 간암을 유발한다. 비위생적이거나 익히지 않은 음식은 A형간염바이러스나 비브리오 등이 전염될 수 있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인스턴트음식, 기름진 육류나 가공음식을 많이 먹으면 지방간이 생긴다.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건강검진을 받으면 지방간이 있다고 판정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비알코올성지방간’ 때문이다.

특히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간에 이상한 음식이다. 누구에게나 나쁘지는 않지만 일부는 순식간에 간이 파괴돼 사망할 수도 있다. 이는 알레르기반응과 비슷하다. 땅콩, 달걀, 새우가 일반인에게는 좋은 음식이지만 알레르기환자에게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것과 같다.

대한간학회에서 권장하지 않는 민간요법은 인진쑥, 돌미나리즙, 녹즙, 상황버섯, 헛개나무, 오가피 등 생약제, 다슬기즙, 붕어즙, 장어즙, 특정약물, 다이어트한약, 장뇌삼이나 산삼 등이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간에 좋다고 권장되는 음식인데 농축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거나 개인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간을 즐겁게 하는 것은 하루 3끼의 균형 잡힌 식사이지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 실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비행기 조종사는 멋진 착륙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것보다 실수 없이 안전하게 승객을 착륙시켜야 한다. 우리도 간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는 간에 나쁘거나 이상한 음식을 잘 알고 피할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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