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알코올 중독은 뇌질환…불치병 편견을 깨자

2018.05.15 20:53 입력 2018.05.15 20:54 수정
정재훈 | 원장·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뇌 회복 전 조기퇴원으로 재발

2개월쯤 입원치료 잘 이겨내야…스트레스 이기게 주변서 응원을

잠재적 중독자 200만여명 추정…전문병원 적은 것도 편견 원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알코올 중독에 대해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흔한 편견은 ‘알코올 중독은 완치가 안되는 병인데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술로 인해 건강이 많이 상했으니 이를 회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흔히 ‘아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과에 입원한 바 있는데, 퇴원한 뒤 다시 음주를 하더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심지어 주변의 의사들도 이런 편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이란 결국 ‘뇌가 알코올에 중독된 것’이기 때문에 중독된 뇌가 잘 회복될 수 있는 여건만 제공되면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탈출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 뇌가 회복될수록 인격이 회복되고, 단주(斷酒)에 대한 의지나 삶에 대한 회복 의지가 살아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알코올 중독에 해당되는 사람은 25만~30만명이고, 중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알코올 문제가 심각해 잠재적으로 알코올 중독으로 진행될 수 있는 사람은 약 20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학병원을 포함해 전국에 약 400개의 정신과 입원병원이 있다. 대부분 알코올 중독 진료를 병행하고 있다. 많은 알코올 중독 환자들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왜 ‘알코올 중독은 치료가 안되는 질환’이라는 편견이 생겼을까?

우선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에만 전념하는 병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은 현재까지 9개에 불과하다. 서울, 경기, 인천에 4곳이 있다.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에서 치료받고 퇴원한 환자들 중에는 단주를 잘 유지하면서 사회 복귀에 성공한 사람(회복자)들이 많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알코올 중독은 의사가 치료 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환자들이 잘 따라주면 충분히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 재발의 위험성은 있으나 뇌가 회복되고 인격이 회복되고 의지가 회복되면서 빠른 사회 복귀도 가능하다.

[지금! 괜찮으십니까](28)알코올 중독은 뇌질환…불치병 편견을 깨자

재발의 가장 큰 요인은 뇌가 회복되기 전에 퇴원하는 ‘조기 퇴원’이다. 입원 초기에는 ‘금단증상’이 강하게 발생한다. 극도의 예민함과 불안, 짜증이 환자를 자극한다. 계속 퇴원을 원하는 환자의 등쌀에 버티다 못한 가족들이 퇴원을 결정한다. 이는 여전히 뇌가 강력하게 알코올을 원하는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힘들지만 2개월 정도 입원치료의 과정을 잘 이겨내야 한다.

두 번째로 흔한 재발 요인은 퇴원 후 삶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 부족이다. 화가 나거나 우울하면 이전 습관처럼 음주에 대한 욕구가 일어나고, 한번 술을 마시면 지속되기 쉽다. 환자가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가족과 주변의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퇴원 후 재발 예방을 위한 치료적 개입이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지역사회 전문 알코올센터, 자조모임, 가족모임 등 많은 직종과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 환자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은 환자를 넘어 가족들의 붕괴까지 초래하는 질환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통해 환자가 회복하면 가족들도 살아난다. 하루빨리 ‘알코올 중독은 충분히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자살예방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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