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경남 통영 사량도 지리산

2009.03.17 17:37

기암괴석 사이로 한려수도 쪽빛 바다

쪽빛 바다와 수 많은 섬이 어우러져 천혜절경을 이루는 경남 통영의 한려해상국립공원. 공원의 중간쯤에 동쪽으로 길게 뻗어 마주보는 두 섬이 있다. 사량도다.

하늘에서 바라본 사량도 상도와 하도. 좌측 상도의 지리산과 불모산, 옥녀봉의 정상이 차례로 보인다.

하늘에서 바라본 사량도 상도와 하도. 좌측 상도의 지리산과 불모산, 옥녀봉의 정상이 차례로 보인다.

지리산(智異山)은 윗섬인 상도에 자리잡고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에 걸쳐있는 지리산과 이름이 같다. 지리산이 보이는 산이라고 해서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고 불리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망’자가 빠지고 ‘지리산’이 됐다. 지리산과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사량도 지리산’으로 불린다.

사량도 지리산은 해발 398m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기암괴석이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어우러져 명산으로 꼽힌다. 지리산~불모산(399m)~옥녀봉(281m)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바위산의 힘찬 기운과 장쾌함이 느껴지고, 험난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행의 묘미까지 있어 등반객들이 몰려든다. 능선 어디에서든지 지리산을 비롯해 내륙의 산과 다도해의 섬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기막힌 조망을 연출한다. ‘산꾼’들이 주말마다 배를 타고 산을 찾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사량도는 이름과 관련해 전설이 많은 섬이다.

사량도는 2개(상도, 하도)의 큰 섬과 9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상도와 하도 사이를 흐르는 물길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한 형세를 이뤄 ‘사량(蛇梁)’으로 불렀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섬 자체가 뱀처럼 생기고 뱀이 많다고 해서 ‘사량도’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또 한 남자가 상사병으로 죽어 뱀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두문의 한문 우화소설 ‘와사옥안(蛙蛇獄案)’내용은 상도와 하도의 생김새가 마치 뱀이 개구리를 삼키려는 형상이어서 사량도가 됐다는 이야기와 일치한다. 와사옥안은 개구리와 뱀의 송사사건을 의인화한 소설이다.

바위산인 옥녀봉은 욕정에 못이긴 아버지를 피해 딸이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녹아있다. 비가 오면 바위산에서 핏물이 흘러내린다고 한다.

혼례도 치르지 못하고 죽은 옥녀를 위해 사량도에서는 전통 혼례식 때 대례(신랑이 혼인날 또는 그 전날 신부집으로 행차해 예식을 치르고 첫날밤을 보낸 다음 신부를 데려오는 과정)를 치르지 않았다고 한다. 옥녀의 ‘사랑’이 ‘사량’으로 바뀌었다는 설도 있다.

사량도 산행로는 사량도 내지선착장(돈지리)에서 출발해 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대항선착장으로 이어지는 종주코스가 가장 인기다. 4시간 이내로 종주할 수 있지만 풍광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즐기려면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금평리(옥동)에서 불모산~옥녀봉, 불모산~지리산 방향도 있다. 특히 불모산에서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암봉과 고암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다소 험하다. 그래서 산을 타는 이들은 “낮은 산이라고 해서 얕봐서는 안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초보자들은 몇몇이 어울려가는 것이 좋다.

지리산까지는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바다를 벗삼아 오르다 보면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주변의 들꽃과 바위가 아기자기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지리산에 오르면 다음 봉우리인 불모산까지의 바위능선 양 옆으로 확트인 바다를 보며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다음 옥녀봉까지는 조금 힘든 산행이다. 하지만 깎아지른 벼랑 사이로 노송이 매달려 있는가 하면 해골바위, 돈지매바위 등 기암절벽이 바다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산을 타다 보면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로프 사다리 등 기초유격훈련장 같은 코스가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사량도 지리산은 기암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을 즐기면서 산행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이다.

산행뒤 싱싱한 회 ‘진미’
관광 유람선 ‘남해 백미’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96) 경남 통영 사량도 지리산

사량도는 지리산 외에도 자랑거리가 많다.

우선 1년 내내 다양한 물고기가 잡혀 낚시꾼에게는 아주 유명한 섬이다. 1~4월에는 볼락과 노래미, 5~7월에는 감성돔, 8~10월에는 농어와 삼치, 11~12월에는 볼락과 도다리 등이 잡힌다. 윗섬인 상도는 갯바위 낚시와 양식장 주변 배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주말이면 선착장이 북적댄다. 인심이 후해 특산물인 흑염소와 멸치, 바지락, 바다메기 등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윗섬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대항해수욕장은 2001년 개장한 이래 조용하게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수욕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산행을 마치고 해수욕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아랫섬인 하도는 크고 작은 7개의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 칠현산과 봉수대 등이 있다. 등산과 관광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최근 관광객수가 늘고 있다.

상도 옆의 작은 섬 수우도는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으로 더 불린다. 유람선에서 바라다보는 수우도는 기암괴석이 많아 관광객들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해골바위로 불리는 수우도의 기암괴석은 균열과 요철의 미가 남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량도행 여객선은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선착장과 경남 고성, 사천 등에서 탈 수 있다. 가오치선착장은 진주나들목을 지나 통영방면으로 진입한 뒤 고성나들목에서 14번 국도를 따라 통영방향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여객선은 계절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2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40분 정도 소요된다. 승용차도 실을 수 있다.

사량도의 면소재지가 있는 금평항에서 내려 산행기점인 돈지리까지 가려면 마을버스(1시간 간격)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돈지항에는 지리산으로 바로 오르는 등산로 표지판이 있다.

<통영 | 권기정기자 kwon@kyunghyang.com>

● 본 시리즈는 복권수익금(산림청 녹색자금)의 지원으로 추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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