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다시 피어난 ‘경산 능소화의 추억’

2023.07.13 07:00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에 있는 사진 명소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앞에 지난 10일 새롭게 심어진 능소화나무에 꽃이 피어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에 있는 사진 명소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앞에 지난 10일 새롭게 심어진 능소화나무에 꽃이 피어 있다. 김현수 기자

지난 10일 오후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의 오래된 주택 앞. 매년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맘때쯤이면 흐드러지게 핀 주황빛 능소화가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던 이곳에서 다시 여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초 누군가가 나무 밑동을 잘라버려 말라 죽었던 능소화나무 대신 새로 심어진 비슷한 수령의 나무에서 꽃이 피어서다.

오래된 2층 적산가옥 담벼락 아래부터 지붕까지 가지를 뻗었던 나무에서 만개한 능소화가 선사했던 그림 같았던 풍경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았지만, 새 나무에 맺힌 꽃봉오리가 안타까운 감정을 달래주는 듯했다. 능소화와 함께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던 적산가옥도 조금은 생기를 되찾았다.

이곳은 능소화가 핀 적산가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2010년쯤 사진 동호인 사이에서 출사지로 유명했던 적산가옥은 2018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화가들은 적산가옥과 능소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을 SNS에 올리며 화제가 됐고, 이때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경산 능소화’로 검색하면 비슷한 구도의 사진만 수백장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날 만난 김소영씨(28)는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던 추억의 장소가 테러를 당했다는 소식에 너무 안타까웠다”며 “최근 다시 심은 능소화나무에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꽃이 떨어지기 전에 보려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6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에 있는 사진 명소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앞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지난해 6월 26일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에 있는 사진 명소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앞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한 시민이 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지난해 5월 이곳의 능소화나무가 누군가에 의해 잘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SNS에는 ‘당신이 자른 것은 능소화나무가 아니다. 우리들의 추억이다’ ‘그림 같은 곳이 사라졌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버린 경산 능소화’ 등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해당 소식이 전국적 이슈가 되자 경산시는 지역 묘목단지에서 수령이 30년 정도 된 비슷한 크기의 나무를 구해 지난 4월 적산가옥 앞에 심었다. 밑동이 잘려 말라 죽은 기존 나무줄기는 새로운 나무가 지지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남겨뒀다.

능소화나무는 빨판뿌리라고 불리는 흡착근으로 다른 물체를 붙잡거나 휘감으면서 자란다. 기존 나무를 새로운 나무가 휘감는 형태로 자라게 해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던 추억을 다시 잇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경산시 관계자는 “심은 나무가 올해 바로 꽃을 피우는 등 생육상태가 좋다”며 “시간이 지나면 과거처럼 주택을 뒤덮은 능소화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능소화를 절단한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아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당시 편도 1차로에 접해있는 적산가옥을 찾는 관광객들이 인근 상가에 불법 주정차를 하면서 생긴 불화가 원인으로 추측되기도 했지만 정확한 범행이기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020년 사진 명소였던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모습. 주민 김성민씨 제공

2020년 사진 명소였던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모습. 주민 김성민씨 제공

일부 SNS에는 능소화 테러범이 잡혔지만, 집주인이 용서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집주인 김철영씨(51)는 “집이 비어 있어 정확히 언제 나무가 잘린 지 알 수 없어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며 “옮겨 심은 나무가 잘 자라서 옛 모습을 되찾으면 추억도 다시 살아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에 있는 사진 명소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앞에 지난 10일 새롭게 심어진 능소화나무에 꽃이 피어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경산시 자인면 동부리에 있는 사진 명소 ‘경산 자인 능소화’ 적산가옥 앞에 지난 10일 새롭게 심어진 능소화나무에 꽃이 피어 있다. 김현수 기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