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어리 1000만마리 떼죽음’의 원인이 ‘정어리 풍년’이었다고

2022.10.18 15:39 입력 2022.10.18 16:56 수정 김정훈 기자

진해만에 갇혀 산소 부족으로 폐사 가능성

어획량 평년의 4.3배…최근 10년간 최고치

일각선 정치망 어선의 무단 폐기 제기도

18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해변 난간에 ‘신속한 수거와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훈 기자

경남 창원 마산만·진해만에서 집단폐사한 정어리가 20일새 200t을 넘었다. 집단폐사의 원인으로 유례없는 정어리 풍년이 꼽힌다. 정어리가 너무 많아 산소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올해 경남의 정어리 어획량(위판량 기준)은 평년의 4.3배로 최근 10년간 최고를 기록했다. 창원시와 국립수산과학원은 폐사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20~21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18일 오전 창원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앞바다 일대에선 며칠 전과 달리 정어리 폐사체가 보이지 않았다. 해변 난간에는 ‘신속한 수거와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강모씨(79)는 “물고기 썩은 냄새가 지금까지 난다”며 “언제 다시 집단폐사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경남 창원시 관계자들이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앞 해안에 죽어 있는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앞서 지난 13일 이곳은 정어리 사체로 가득했다. 공원 일대는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했다. 공무원 등 40여명이 어선 6척을 동원해 수면으로 떠 오른 사체들을 건지느라 분주했다. 토박이 윤병희씨(67)는 “평생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정어리 떼죽음은 지난달 30일 창원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드라마세트장 앞바다에서 처음 관찰됐다. 이후 인근 도만항과 다구항, 마산인공섬, 3·15해양누리공원 등 진동만과 마산만 전역에서 발견됐다. 어촌계, 시민단체, 군부대까지 나서서 수거했지만 이튿날 죽은 정어리가 또다시 바다를 하얗게 뒤덮는 일이 반복됐다.

18일까지 수거한 정어리는 202t이다. 수산과학원은 정밀감식에서 ‘길이 14~16㎝, 무게 20g가량의 정어리 성어’로 판정했다. 폐사한 정어리가 1010만 마리인 셈이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물고기 집단폐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지난 13일 경남 창원시 관계자들이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앞 해안에 죽어 있는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정어리 떼죽음의 원인을 놓고 수질오염, 해양투기, 질병, 산소 부족 등 갖가지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지난달 25일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는 수영대회가 열릴 만큼 수질이 좋았던 점을 고려할 때 수질오염 때문일 가능성은 낮다. 정치망 어선들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며칠 동안 수백t의 정어리를 한꺼번에 버렸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질병을 의심할 만한 분석 자료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어획량이다. 올해 경남 남해안에서 잡힌 정어리 위판량은 수협 위판전산시스템 구축 이후 가장 많았다. 수협위판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경남 정어리 위판량은 4425t(전국 4469t)으로 10년간 평균치인 1024t보다 4.3배나 됐다. 2021년 696㎏보다는 무려 6358배나 많이 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9~11월이 제철인 정어리는 대부분 경남 연근해에서 잡히고 내만인 진해만과 마산만에서는 보기 드물다.

지난 13일 경남 창원시 관계자들이 마산합포구 3·15 해양누리공원 앞 해안에서 정어리 떼를 수거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이 때문에 진해만·마산만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정어리 떼가 산소 부족으로 죽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부산 영도구 동삼해수천에서도 산소 부족으로 새끼 청어 등 물고기 수백 마리가 집단 폐사한 적이 있었다.

이용진 마산용마산어촌계장(58)은 “남해안에 정어리 어군이 엄청나게 형성돼 있어서 10t짜리 어선 9개 선단(18대)이 떼 지어 다닐 정도로 풍년”이라고 말했다. 수과원 남동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진해만·마산만으로 한꺼번에 들어온 정어리 떼가 산소 부족으로 죽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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