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사고 한 달… 중환자실서 힘겹게 사투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죠”

2014.03.13 21:35 입력 2014.03.13 22:21 수정

장연우양 8차례 대수술

학생 299명 심리상담 받아… 리조트 팀장 1명만 구속영장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한 달을 앞둔 13일 울산대병원 중환자실.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 장연우양(19·부산외대 미얀마어과 1년)의 어머니 이정연씨(53·인천시 남동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딸의 이마를 짚었다. 장양은 힘겹게 눈을 떴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

장양은 지난달 17일 무너진 리조트 체육관 지붕 잔해에 하반신이 끼어 8차례나 대수술을 받았다. 어머니 이씨는 “다시는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거나 상처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딸이 가끔 정신이 들 때마다 영원히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오롱그룹의 총책임자는 평생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우리 아이를 한번도 찾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여러 번 그룹 총책임자가 방문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면서 “최소한 법적 책임은 면할지 몰라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가. 그게 어디 대기업이 할 짓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연우가 앞으로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코오롱 측에 ‘무한치료’를 보장해 달라고 했지만, ‘치료는 걱정 말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울산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치료중인 장연우양의 엄마 이정연씨가 13일 서울 아산병원으로 장양을 옮기기 전 이마를 짚으며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 백승목 기자

울산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치료중인 장연우양의 엄마 이정연씨가 13일 서울 아산병원으로 장양을 옮기기 전 이마를 짚으며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 백승목 기자

경규혁 울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38)는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수술을 더 해야 할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장양은 이날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장양과 함께 건물에 깔려 3시간을 버티다 구조된 이연희양(19) 역시 부산대병원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천운으로 목숨을 건진 학생들은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정모양(19)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에 건물 옥상에 못 올라간다”면서 “조금이라도 복잡한 곳으로 나가면 너무 힘들어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퇴원한 김모양(19)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지우고 싶은 한 달 전의 ‘트라우마’는 부산외대 교정을 짓누르고 있다. 사고 후 교내에 설치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한 학생이 299명에 달한다. 윤희각 부산외대 홍보담당 교수(영상미디어학과)는 “외상 후 스트레스 극복이 최우선인 만큼 심리상담센터는 1학기 내내 운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원인 규명과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더디다. 수사본부는 사고 한 달을 앞둔 13일 체육관 건축허가 신청 과정에서 관계 서류가 변조된 채 건축허가가 난 사실을 밝혀내고 마우나오션개발 개발사업팀장 ㄱ씨(46)를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 인허가 과정의 위법행위를 발견해 리조트 조성 용역업체 대표 ㄴ씨(48)와 경주시 공무원 ㄷ씨(43)를 입건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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