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켐스 매각 ‘짜고 친 거래’…“박연차씨에 밀어주기”

2008.12.01 00:15
조현철·장은교기자

매각전 정대근씨에 준 20억이 ‘열쇠’

농협이 자회사인 휴켐스와 남해화학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다는 사전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나리오에 따라 휴켐스를 인수한 인물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63)이다. 박 회장은 또 세종증권의 매각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주식을 매매, 178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고 수익금을 휴켐스 인수 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 (휴켐스를) 밀어주기로 했다”는 농협 관계자의 진술과 박 회장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20억원을 건넨 점 등을 근거로 ‘짜여진 각본’에 의해 매각이 진행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30일 검찰과 농협 등에 따르면 농림부는 당초 인수 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반대했다. 그러나 농협이 휴켐스와 남해화학을 매각한 자금으로 세종증권을 인수하겠다는 ‘증권자회사 인수계획서’를 2005년 말 제출하자 농림부는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농협은 농림부 승인 직후 휴켐스와 남해화학의 매각 작업을 시작했고 얼마되지 않아 휴켐스의 새 주인으로 박연차 회장이 결정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20억원을 제공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돈은 농림부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휴켐스·남해화학 매각’ 방침을 최종 승인(2006년 1월16일)한 직후 전달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휴켐스 매각 정보를 입수하고 정 전 회장에게 전달한 로비자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농협의 핵심 관계자로부터 “휴켐스 입찰 공고가 나간 직후 인수의향서를 낸 기업이 30여개나 됐다”면서 “그러나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2006년 4월) 이전에 이미 태광실업에 휴켐스를 넘기기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시 휴켐스와 농협 내부에서 신발회사가 정밀화학 기업을 가져가는 것이 이상하다며 반대했지만 정 전 회장과 박 회장이 정권 실세들이어서 아무 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남해화학까지 인수하려 했는데 농협 내부에서 ‘남해화학만은 박 회장에게 줄 수 없다’는 반대여론에 부딪혀 무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