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윤회 문건, 대통령기록물 아니다”

2015.10.15 22:25 입력 2015.10.15 22:58 수정

법원 “정윤회 문건, 대통령기록물 아니다”

‘청와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사진)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정윤회씨(60)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에 대해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이라고 해놓고, 이를 유출한 이들의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규정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협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1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 박 경정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박 경정이 ‘정윤회 문건’을 만들고 유출한 것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추가 기소된 2007년 룸살롱 업주로부터의 골드바 등 뇌물 수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됐다. 해당 문건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서가 있었다.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을 빚자 청와대는 찌라시라고 일축했다. 다만 “찌라시도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며 조 전 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찌라시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렸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재판부는 ‘정윤회 문건’에 대해 청와대 주장과는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청와대 비서관 등에 관한 첩보가 포함된 이 문건에 기초해 추가적인 감찰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진실임을 뒷받침할 자료는 없으나 문건 내용에 대한 확인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 관련 기록들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 상황을 반성적으로 보고 제정된 것”이라며 “전자파일이 존재하고 종이 원본도 이관돼 보존되고 있다면 추가 생산된 문서까지 기록물로 분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생산기관의 내부문서 보안은 자체적인 보안 강화와 각종 규정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면서 “유출이 이뤄졌다 해서 기록물법상의 처벌을 확대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규를 지나치게 피고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 “정윤회 문건, 대통령기록물 아니다”

재판부는 ‘정윤회 문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건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수의 문서들은 대통령 친·인척인 박지만씨 부부와의 친분을 사칭하는 이들에 대해 사실을 확인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조 전 비서관 등은 사실 확인 차원에서 박씨에게 전달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런 행위는 법령상의 직무수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윤회씨 관련 문건에 대해서는 “대통령 친·인척 관련 첩보가 아니고 박지만씨에게 확인을 거쳐야 할 사항도 아니었다”면서 “박 경정은 박지만씨의 정윤회씨에 대한 관심을 알고, 부탁을 받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의 허락 없이 문서를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논란을 덮는 데만 치중했던 청와대와 검찰의 태도를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법원의 이번 선고는 검찰이 ‘정윤회 게이트’의 본질은 수사하지 않고 문건 유출 혐의만 무리하게 기소한 결과”라면서 “지금이라도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조 전 비서관은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재판 내내 한 번도 제가 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항소의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의 사생활이나 탈세 등 범죄정보가 포함된 문건의 전달까지 정당한 직무상 행위라는 무죄 선고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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