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통 ‘형’ → 저울대 ‘형’…김재형 대법관 후보 개명한 이유는?

2016.08.04 22:48 입력 2016.08.04 23:47 수정 김경학 기자

대법원 상징은 ‘저울 든 여신’

후보 천거 앞두고 한자 개명

김 후보자 “한자 정정일 뿐”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51·사진)가 대법관 후보 천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름 한자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20여년 동안 서울대 교수를 지내며 성공한 삶을 살아온 그가 지천명을 넘긴 시점에 이름을 바꾼 배경을 두고 각종 분석이 나온다.

4일 법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지난달 8일 ‘載亨’(실을 재·형통할 형)에서 ‘哉衡’(어조사 재·저울대 형)으로 개명했다고 신고했다. 김 후보자의 아들도 지난달 11일 개명했다.

그러나 대법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대법관후보추천위 보도자료를 보면, 김 후보자의 한자 이름을 옛 이름으로 표기했다. 당시는 개명이 이뤄진 지 10여일 지난 시점이었다.

최근 개명신청 건수가 하루 평균 400여건으로 증가세지만, 법조인이 개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법조 관계자는 “현재 자신의 처지에 불만이 있거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사람들이 개명을 많이 하는데 법조인들은 대부분 이미 성공한 사람에 속해 일반인에 비해서는 개명하는 경우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후보자는 3년6개월 동안 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명을 두고 각종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저울대 형(衡)을 쓴 것이 대법관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작년부터 대법관 구성 다양화가 이슈가 되면서 교수 출신 대법관이 나오면 김 후보자가 가장 유력하다는 얘기가 있었다”면서 “본인도 이름을 바꾸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법원 로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 공정성을 의미하는 저울을 들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 측은 “정확히는 개명이 아니라 성명 한자 정정”이라며 “출생신고할 때 한자가 잘못 신고돼 있던 것을 원래대로 바꾸기 위해 지난 3월에 정정신청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6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대법관 후보들을 공개적으로 천거받았다. 한편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달 셋째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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