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서 증인 나온다고 2분 만에 ‘비공개 재판’ 전환

2018.03.20 22:43 입력 2018.03.20 22:45 수정

신변 보호·국가 안전 이유

‘공개 원칙’ 헌법에 위배…재판부마다 판단 제각각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등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의 재판이 열린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오후 2시 공개 재판을 열었다가 2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했다. 국정원 직원 이모씨가 증인으로 나오기 때문에 재판을 공개하지 않을 만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방청객들에게 모두 법정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이날 오후 내내 재판은 비공개로 이어졌다. 민간인 사이버외곽팀에 국정원 예산을 준 혐의로 기소된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 재판도 지난 13일 비공개로 진행됐다. 피고인인 유 전 단장이 비공개 재판을 신청하자 검찰은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고 재판부도 그대로 수용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자들의 재판 상당수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의 신변을 보호하고 증언 내용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재판을 공개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원칙적으로 공개한다는 헌법 제109조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정원 사건들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데다가 증인으로 나와도 공소사실 관련 질의응답만 하는데 비공개로 해야 할 사유가 무엇인지 의아하다”며 “비공개로 해야 할 사유가 있다면 법정에서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게 맞다”고 했다.재판부마다 판단이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1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오는 유성옥 전 단장이 비공개 요청을 했지만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돼야 하고, 국가 안전보장 방해가 될 경우엔 그 부분에 대해서만 증언을 보류하면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꼭 비공개가 필요하다면 차폐막을 치거나 해당 증언을 할 때만 잠깐 비공개를 하면 되는 것이지 포괄적으로 재판 전부를 비공개하는 것은 잘못된 법원의 관행”이라며 “공개재판주의 원칙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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