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선거개입 공소장 못 줘”···추미애의 전례 없는 ‘묵살’

2020.02.04 17:47 입력 2020.02.04 22:37 수정

법무부, 국회 피의자 13명 공소장 요청에 비공개로 막아

공소사실 요지만 제출 방침…‘다른 의도 뭐냐’ 안팎 술렁

“청 선거개입 공소장 못 줘”···추미애의 전례 없는 ‘묵살’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핵심 내용을 담은 검찰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가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은 이례적이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공소장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4일 법무부는 국회가 제출을 요구한 청와대의 6·13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무부는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회에 공소장 대신 A4용지 4쪽 분량의 공소사실 요지만 제출했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한 뒤 공보 규칙에 따라 발표한 수사 결과와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통상 기소 뒤 1~2일 사이 국회에 제출되는 공소장이 법무부 단계에서 막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부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소 후 엿새 동안 제출을 미뤄오다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검찰이 피의자들을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하는 공소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이후로 시민 관심이 큰 사건은 알권리 차원에서 국회를 거쳐 공개돼 왔다. 법무부는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사건 기소 때도 공소장을 제출했다. 추미애 장관(사진) 취임 후에도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의 공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조국 전 장관 때 만든 공보 규칙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소사실 요지 등만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시행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규정을 들며 비공개를 결정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대한 법률’은 국가기관이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때 외에는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추 장관의 직접 지시로 이런 방침을 정했다. 추 장관은 일부 참모들의 반대에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은 전날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당사자가 공소사실을 먼저 파악하기도 전에 국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법무부가 유독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 다수가 기소된 사건부터 비공개를 결정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수사팀도 공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공소장 제출을 법무부가 막은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70쪽 분량의 검찰 공소장에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도움을 주려 6·13 지방선거 과정에 개입한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부터 이 방침을 정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범수사 등 수사 보안을 이유로 공소장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있지만 수사팀도 이미 제출한 공소장을 법무부가 막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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