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맥줏집 3300만원 지출’은 왜 기소 안 됐나…‘등’ 한 글자 차이로

2020.09.15 20:58 입력 2020.09.15 21:09 수정

<b>국회 나온 윤미향</b>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국회 나온 윤미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정의연은 공익법인이 아니라
대통령령 정하는 ‘공익법인 등’
부실 공시해도 재공시 기회
형사처벌 규정도 별도로 없어
지출 내역 재공시로 기소 피해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법률상 부실·허위 보고를 할 경우 처벌받는 ‘공익법인’이 아니라 관련 처벌 규정이 없는 ‘공익법인 등’으로 분류된다. 한 글자 차이로 정의연은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검찰은 지난 14일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준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감독관청에 대한 보고 누락이나 부실 회계 공시’ 부분은 처벌 규정이 없어서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정의연 같은) 공익법인 등의 부실 회계 공시에 대한 처벌 규정 입법화가 필요하다”며 “제재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법무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의연은 15일 입장문에서 “검찰이 억지 기소, 꿰맞추기식 기소를 감행한 데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 수사의 계기가 된 이른바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밝혔다.

정의연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16조에 근거를 두는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다. 정확한 법률 용어는 ‘공익법인 등’이다.

이 법은 종교·자선·학술 관련 사업의 공익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자를 ‘공익법인 등’으로 칭한다고 규정한다. 사업의 공익적 성격을 인정해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의미다. 반면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법)에 따른 ‘공익법인’은 오로지 공익적 활동만 위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을 말한다.

최호윤 회계사는 “공익법인은 2018년 세법 개정 전까지 지정기부금단체 지정이 안 되어도 자동으로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고 세무 보고 절차도 ‘공익법인 등’보다 간단했다”고 말했다. 대신 공익법인은 상근 임직원 수를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아 정하는 등 각종 제재를 받았다. 주무관청에 거짓 결산보고 등을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형사처벌 규정도 있다.

검찰은 ‘공익법인 등’에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지만 처벌 규정이 있는 공익법인의 경우에도 그간 기소된 사례는 드물다.

검찰연감에 따르면 2018년 공익법인법 위반으로 접수된 총 23건 중 6건만 기소됐고 이 중 4건이 약식기소에 그쳤다. 처벌 규정이 없는 ‘공익법인 등’은 공시가 허위일 경우 한 달 내 재공시해야 한다. 정의연이 지난달 회계부정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 재공시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정의연은 수익금 0원으로 기재한 ‘2019년 이월 수익금’은 4억6173만여원, ‘맥줏집 3300여만원 지출’은 ‘수혜 인원 59명에 1600여만원을 맥줏집 외 지출’ 등으로 재기재했다.

정치권에서는 공익법인 체계를 통일해 혼란을 방지하고 회계 감시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상증세법, 법인세법, 소득세법, 공익법인법 등에서 제각각이던 명칭을 ‘공익법인’으로 통일하고, 출연 재산 소득 중 공익을 위해 쓰게 하는 최소 비율을 70%에서 80%로 올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윤 의원 사건이 법정형량만 고려하면 단독판사 사건이지만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 또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합의부에 배당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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