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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은 손대지 않았다

2021.10.07 06:00 입력 2021.10.07 09:51 수정

대장동과 얽혀 다시 주목 받는 2011년 '부산저축 사태'

금융비리로 수십명 기소됐지만 '대장동 1100억' 수사망 피해

김만배·박영수·윤석열, 직간접 관련자로 등장 '희한한 인연'

2011년 7월25일 부산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에서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뒤쪽에서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지켜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1년 7월25일 부산 초량동 부산저축은행 본점에서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뒤쪽에서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고 지켜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 등이 거둬들인 막대한 배당 이익에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도 상당 부분 녹아 있다. 초기 사업비로 사용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11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중 약 30% 가량이 부산저축은행의 해산 후에도 회수되지 않아 공적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을 대대적으로 수사할 때도 대장동 PF 대출 건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 등은 2009년 11월부터 부산저축은행 등 11개 저축은행에서 1805억원의 PF 자금을 대출받았다. 천화동인 4호·5호의 소유주로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둔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는 당시 사업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며 이 자금을 토지매입 비용 및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당시 대출금 중 절반 이상인 1155억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5개 계열 은행에서 나왔다. 하지만 대출 만기 즈음 채권자인 부산저축은행이 검찰 수사를 받고 이듬해 해산하면서 대출금은 잊혀진 돈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예금보험공사가 2014년 7월 대출금 대부분을 상환하지 못한 대장PFV 측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이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세력이 대장동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2015년 ‘성남의뜰컨소시엄’에 합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대대적인 수사 때도 대장동 대출 건이 수사망을 피해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검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압수수색 7개월만인 그해 11월 9조원대 금융비리를 확인하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수사로 부산저축은행그룹 전·현직 임원과 정관계 인사 42명이 구속기소되는 등 총 7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는 중반 이후부터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정조준했지만, 수사의 본류는 부산저축은행의 무리한 부동산 PF 대출이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 등은 부동산 시행사 등 120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고, 5개 계열 은행을 통해 약 4조6000억원을 불법 대출했다. 대출자산 약 7조원 중 PF대출이 65%를 차지한 것이다. 당시 저축은행권 대출자산에서 PF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를 넘지 않았다.

대장동 대출 역시 1100억원대 PF 대출로 단일 사업 대출로는 거액에 해당했지만 검찰 수사는 받지 않았다.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인 A씨가 2009년부터 대장동 대출을 알선했는데, 이는 대주주 친인척에 대한 대출을 금지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소지가 있지만 이 역시 다뤄지지 않았다.

반면 김양 부회장 등은 김민영 부산저축은행 대표의 아들 사업에 362억원을 대출해 준 사실이 드러나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더구나 당시 A씨는 대장동 대출의 대가로 10억3000만원을 불법 편취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중수부는 A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검사는 윤석열 대검 중수2과장이었고, A씨가 선임한 변호인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측이었다. A씨에게 박 전 특검을 소개한 사람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였다. 김씨는 A씨의 주선으로 2014년 대장동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고, 박 전 특검은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에서 거액을 받고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김씨와 박 전 특검은 A씨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고리로 이렇게 대장동 개발에 발을 디딘 것이다.

A씨는 2015년 수원지검의 대장동 개발비리 수사 때 알선수재 혐의가 적발돼 구속기소됐고, 2년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한 변호사는 6일 “액수가 작지 않았고 동일한 사안으로 몇년 후 기소됐다는 점에서 당시 수사가 미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찰 관계자는 “PF 대출이 워낙 많았고,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을 빠르게 사법처리하기 위해 혐의점이 뚜렷한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은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금감원 등 로비 의혹 부분을 맡아 개별 법인 수사는 담당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총 76명을 기소하여 주범인 박 모 회장은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되는 등 성역 없이 수사했다. 박 모 회장에게 중형을 구형하면서 인척을 봐줄 이유도 없다”면서 “특정 변호인의 친분관계로 인해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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