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둘러싼 진실게임…해병대 수사단 3인도 “전해 들었다” 진술

2024.03.14 18:41 입력 2024.03.14 19:19 수정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해 초동조사를 담담했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2월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해 초동조사를 담담했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지난 2월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 2차 공판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수빈 기자

‘채 상병 사건’이 ‘수사 외압’ 의혹으로 번진 배경은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폭로한 ‘윤석열 대통령 격노 발언’이 핵심으로 꼽힌다. 박 대령은 이 발언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김 사령관은 ‘그런 말 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해병대 수사단 소속 3인의 진술이다. 이들은 모두 군 검찰 조사에서 박 대령과 같은 맥락으로 진술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이 언급된 발언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향후 수사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모 해병대 중앙수사대장과 최모 해병대 수사단 제1광역수사대장, 최모 해병대 중앙수사대 수사운영과 수사지도관 등 3명은 박 대령으로부터 윤 대통령 격노 발언을 들었다고 지난해 8월 군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모두 박 대령이 직속상관이다.

박 중수대장은 군 검찰에서 윤 대통령 발언을 전해들을 당시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박 대령은 예정됐던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언론브리핑이 취소된 지난해 7월31일 오후 2시30분 무렵 수사단으로 복귀했다. 이후 김 사령관의 호출을 받고 사령관실에 간 박 대령은 오후 4~5시 무렵 사령관실에서 나와 들은 이야기를 박 중수대장 등에게 전달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이 처벌을 받으면 사단장 누가 하느냐’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박 중수대장은 당시 박 대령이 “대통령이 (사건 관련자들이) 왜 처벌 받아야 하는지 이유는 궁금해 하지도 않고 질문도 없이 왜 사단장을 빼라 하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시에는 박 대령과 함께 자신도 “사단장 뒤에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라고 추정했다고 한다.

채 상병 사망 사고 조사를 담당했던 최 광수대장도 군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 관련 발언을 박 중수대장을 통해 전해 들었다며 “(이런 지시가) 말이 되느냐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광수대장은 ‘사단장과 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것을 장관님의 지시사항으로 이해했느냐’는 군 검사의 물음에는 “당시 대통령이 장관님을 통해 지시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임성근 사단장을 비롯해 혐의자 8명을 특정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도 “장관님 지시로 다른 결론이 났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박 대령 측은 이 3인의 진술이 박 대령이 해당 발언을 들었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주장한다. 김 사령관으로부터 내용을 듣자마자 이들에게 공유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이 군 검찰에서 진술한 시점이 윤 대통령의 ‘사단장’ 발언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이라는 점에서도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들의 진술 내용이 모두 박 대령에게 들은 말에 기초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최 광수대장은 ‘윤 대통령 관련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한 바 있느냐’는 군 검사의 질문에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 못했다”며 “단장(박 대령)도 와전된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박 대령이 발화자로 지목하고 있는 김 사령관은 “VIP(대통령)가 언제 회의했는지 알 수도 없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라고 군 검찰에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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