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에 “VIP 격노” 들은 간부 또 있었다

2024.05.22 22:22 입력 2024.05.23 01:17 수정 강연주 기자

공수처, ‘작년 8월 해병대 내부회의서 들었다’ 참고인 진술 확보

박정훈 외 관계자 첫 증언…채 상병 수사 외압 정황 파악 ‘속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왼쪽 사진)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21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해병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서 VIP(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외에도 VIP 격노설을 들은 간부가 추가로 더 나오면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의 윗선 외압 의혹 수사의 국면이 바뀔지 주목된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최근 해병대 고위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박 대령만이 아니라 또 다른 해병대 관계자도 김 사령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격노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8월1일 해병대 내부 회의에서 김 사령관으로부터 해당 발언을 들었다고 했다.

VIP 격노설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대통령실을 연결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앞서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에 대해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며 “대통령실 회의에서 VIP(윤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말 VIP가 맞느냐”고 재차 묻자 김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 박 대령의 주장이다.

그간 복수의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은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박 대령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이런 일을 갖고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공통되게 진술했다.

김 사령관은 박 대령 측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본인은 VIP 격노설에 대해 발언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김 사령관은 1차 조사에 이어 지난 21일에 있었던 2차 조사에서도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공수처 수사팀은 전날 2차 조사에서 해병대 고위직 관계자의 진술을 김 사령관에게 알리며 추궁했지만 김 사령관은 1차 조사와 마찬가지로 부인했다고 한다. 이에 공수처가 해당 진술을 근거로 박 대령과의 대질 신문을 요구하자 김 사령관은 “대질을 시키면 조사실에서 나가겠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같은 날 오후 9시쯤에도 박 대령과 김 사령관에 대한 대질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사령관 측의 거듭된 반발로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사령관 측은 대질조사 거부 사유에 대해 “해병대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 지휘관과 부하가 대면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해병대에 더 큰 상처를 준다”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대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해병대 고위 관계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채 상병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을 파악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는 현재까지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들과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당시 사건을 이첩받은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또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 직무대리에 대한 조사도 했다. 공수처는 국방부와 해병대 실무진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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